작가사진_공백
공백

북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공백의 책단장>을 운영하는 북 크리에이터입니다. 북 멘토, 독서 관련 전시 큐레이터, 강의 등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북
글 모아보기

쓰다_참을 수 없는 이불 킥의 중독

늦은 새벽,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을 이 시간, 나는 ‘이 짓’을 시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만료 없는 부끄러움과 회한이 밀물처럼 몰려드는 이 시간. 바로 ‘이불 킥’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시작되면 안락함을 위한 침대는 이내 처절한 고해성사의 장이자 원맨쇼의 무대가 된다. 사연도 다양하다. 일 년 전의 나는 왜 그랬는가, 나는 그때 그 […]

넘기다_천천히, 마지막 장으로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에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을 종종 보곤 했다. 방송은 대개 이런 식이다. 유명 관광지, 파란 하늘과 바다, 고급 리조트, 푸짐하게 쌓아 올린 구이 요리들이 화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쇼호스트들의 목소리는 높아간다.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겁니다! 바로 결제하는 거 아니고요, 일단 상담만 신청해두시면 저희 상담원이 전화를 드릴 거예요. 이건 정말 […]

기록하다_단 하나뿐인 ‘나’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

‘기록’에 대한 첫 번째 단상, 소크라테스의 말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만약 인간이 이것(글)을 배우면, 이것이 그들의 영혼에 망각을 심을 것이다. 사람들은 더는 기억력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문자에 의존하게 되면, ‘무언가에 대한 기억을 자기 내부에서 가져오는 대신, 외부에 표시해둘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되었을까?    ‘기록’에 대한 두 번째 […]

꽂다_책장은 추억여행의 사진첩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누가 했더라. 찾아보니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링컨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이 명언은 내가 자주 되새기는 말 중 하나다. 특히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집요하게 뜯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얼굴에 심술이 배지는 않았는가, 욕심과 이기심이 들러붙지는 않았는가 살펴보게 된다. 요즘에는 내 얼굴이 부쩍 ‘억울한’표정을 하고 있을 […]

들어가다_다른 사람을 경험하다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라는 말이 있다. 극 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 쉽게 말하자면 연기할 때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연기 방법이다. <배트맨>에서 조커를 연기한 잭 니콜슨, <악마를 보았다>에서 살인마 역을 맡았던 최민식,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나 톰 하디를 보며 관객들은 엄청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마치 빙의라도 된 듯한 이들의 연기는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

접다_잠시 멈추는 특별한 순간의 기록

쭈그리고 앉아 개미를 구경하다 아주 오랫동안 한 군데를 들여다볼 때가 있다. 특별한 순간이다, 허리를 동그랗게 말아 접고 한곳에 빠져드는 경험은 소중하다. 작년 5월, 나는 전북 진안의 한 명상센터를 찾아가 ‘10일간의 명상 코스’에 참가했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명상 코스에는 엄격히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율이 있다. 살생하지 않기(즉, 채식을 한다), 도둑질하지 않기, […]

읽다_한 권의 책이 내 세계를 휘젓다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쓴 책 <새로운 인생>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첫 장에서부터 느껴진 책의 힘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내 몸이 앉아 있던 책상과 의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과거의 어떤 장면을 떠올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하늘색 […]

담다_가방 속에 책 한 권을 담는다면?

속절없이 봄이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와 학원이 잇따라 휴교, 휴원하며 학생들은 유례없는 긴 방학을 맞았다. 일부 직장인들의 근무는 재택근무로 전환되었고, 자영업자들의 휴업도 이어지고 있다. 봄꽃은 속절없이 피어나는데 봄맞이는커녕 가벼운 외출조차 불안하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으니 뜻밖의 부작용도 생겼다.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층간 소음과 관련된 민원 분쟁이 77.3%가 […]

고르다_좋은 책을 실패 없이 잘 고르고 싶다

독자는 시련을 겪는다 지금 내 작업실 책상 위에는 세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박연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모월모일>, 이승우 작가의 소설<식물들의 사생활>, 미셸 우엘백의 소설 <소립자>. 각각 207쪽, 293쪽, 300쪽 분량의 책들이다. 고개를 들어 맞은편 책장을 바라본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처럼 두꺼운 책(751쪽)도 있고, 아니 에르노의<사건>처럼 얇은 책(84쪽)도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손가락 한두 마디 […]

펴다_각자의 자리에서

펴다¹ : 접히거나 개킨 것을 젖히어 벌리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모험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스릴넘치기로 소문난 놀이기구에는 줄도 서지 않으며, 낯선 사람, 모르는 길, 처음 보는 음식은 경계대상 1호다. 여행을 갈 때는 교통편과 숙박을 예약해야지만 마음 편히 타국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사람, 공중화장실의 덮어진 변기 뚜껑을 구태여 열어보지 않는 사람이다. 새로운 것이 주는 자극보다 […]

[korea_sns_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