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스타트업의 ‘참신함’으로 승부하라

한국 LCK 소속 4팀(T1, Gen.G, DRX, 담원 게이밍)과  중국 LPL 소속 4팀(TES, FPX, IG, JD Gaming)이 맞붙은 MSC, 그 결과는 처참했다. LCK 모든 팀들이 압도적으로 밀린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절대 강자였던 LCK의 명성은 2018년도에 사라지고,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연패의 소식만 들려온다.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개척하여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휘날리던 LCK, 이제 누구도 쉽게 덤빌 수 없는 e스포츠 강자가 되어버린 LPL,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라이엇 게임즈에서 주최 및 주관하는 대한민국의 최상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 LPL (League of Legends Pro League): 중국의 최상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 MSC (Mid-Season Cup): 2020년 5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한민국과 중국 간 개최된 리그오브레전드 친선전

초창기 ‘창업 신화’를 쓴 LCK

기존의 LCK는 부족한 자본과 다른 리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실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지지 않는 천재적인 운영을 펼쳤다. 처음 시작하는 시점부터 5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오브젝트를 독차지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게임을 유리하게 끌어가다가 정신 못 차리는 상대를 한 타 싸움에서 압살했다. 그리고 이런 승리 공식은 개인기로 승부하는 LPL에는 악몽이 될 정도였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 체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전국에 깔린 ‘PC방 인프라를 바탕으로 LCK 안에서 선의의 경쟁이 계속되었고 그 결과 다른 리그보다 더 정예한 인재풀을 구축하게 되었다. 당시 페이커, 뱅 더 정글 갓 기, 프레이 같은 스타들은 각각의 포지션에서 당당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시종일관 상대를 압살하는 LCK의 운영은 마치 축구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보듯이 절대로 LPL에 질 것 같지 않았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LPL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량을 바탕으로 하는 체급 차이는 점점 명확해져 갔다. 여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잠식하듯 LPL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한국 선수들과 감독들을 스카우트해서 LCK의 장기인 운영을 배웠다. 한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뒤집히기 시작한 2018년도를 기준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단의 숫자는 17개까지 늘어났지만, 한국에서는 확장 없이 10개의 게임단을 유지하며 경험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또한, 2018년도 당시 중국의 e스포츠 시장은 1,800억이라는 한국보다 약 2배 정도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무서운 속도로 격차는 벌어졌다. 2019년도 LCK는 소폭 상승해서 1,000억 규모를 맞췄지만, 같은 시기에 LPL2,300억 규모까지 성장했고, 2020년도에는 4,000억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PL의 풍부한 자금력은 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경기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 경기 한 경기 실패해도,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덜했기 때문이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LPL의 선수들은 개인 기량은 뛰어났지만 무모할 정도의 공격성을 띄는 게 문제였는데, 이제 LCK 승리의 절대 비법인 운영까지 장착하면서 이제 LPL을 비유하자면 축구에서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와 독일 선수들의 조직력을 한꺼번에 갖추게 된 것이다.

LCK, 대담한 도전 하지 못하는 이유

LCK는 중소기업이 겪는 상황과 비슷하다. 중소기업에서는 자금 상태가 빠듯해서 프로젝트가 한번 실패하면 욕을 먹고 다시 도전하기 힘들어진다. 이처럼 LCK 또한 한 경기 한 경기 질 때마다 관중들에게 엄청난 야유를 받는 한편, 자금을 대어주는 스폰서들이 칼같이 성적을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그렇게 부담이 되다 보니 함부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가 없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참신한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혹시라도 받을 비난과 압박이 걱정되어 실패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진다고 해도 비판과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남들이 봤을 때 가장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보이도록 참신함 없이 그저 정석으로만 싸우게 되는 것이다이런 환경에서는 절대로 시대를 앞서가는 참신함이 나올 수가 없고, 모두가 똑같은 LCK 안에서는 비등비등하지만, LPL과 맞붙는 국제전은 다르다.

LCK, 참신함으로 승부하라

그러면 LCK는 이대로 선수 수출 리그로 전락하고 평생 LPL에 밀려야 할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물량전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의 소극적인 방식을 버리고 스타트업의 대담한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

대기업을 이기는 스타트업의 강점은 참신함과 민첩함이다. 옛날에 콘샐이 미드마이로 충격을 준 것처럼, LCK가 주도적으로 라인 스왑을 걸어서 압승하던 시절처럼, 하이머딩거 5미드 전략이 통했던 것처럼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참신함을 장착해서 LPL보다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대중들은 지는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오히려 참신한 픽일수록 응원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한편 LCK는 대거 투자금을 유치해서 소모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스타성을 높이고, 다른 스포츠 리그가 그렇듯 LCK와 관련된 새로운 콘텐츠를 팔면서 자금을 선순환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정말이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조급하지 않고 길게 호흡을 가져간다면 LCK는 충분히 스타트업으로 다시 태어나서 대기업의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대기업 야후도 단지 몇 년 만에 스타트업 구글에 박살났다. 앞으로 다시 태어날 LCK를 응원한다.

에디 은
SAP Concur 매니저 | 현재 SAP Concur 에서 Product Manager 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