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고민하는데 우승이 무슨 의미

지난달 26일 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가 숙소에서 투신했다는 비보가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소속팀의 가혹행위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녹취록과 일기장도 공개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왜 체육계에선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 키워드 : 최숙현 선수, 폭언・폭설, 승리지상주의

죄를 밝혀줘라며 떠난 23
최 선수는 2016년부터 경주시청 소속으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감독과 팀닥터, 동료 선수 등 소속팀 관계자들의 가혹행위에 줄곧 시달렸다고 하는데요. 폭행과 욕설은 일상이고요, 20만 원 어치 빵을 강제로 구매한 후 억지로 다 먹는 등 ‘식고문’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남긴 녹취록과 일기장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어 가슴을 더 아프게 합니다.

📌 녹취록
“운동을 두 탕을 하고 밥을 한 끼도 안 먹고 왔는데 쪄 있잖아. (중략) 3일 굶자.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잖아?”
“이리와, 이빨 깨물어. (찰싹) 야, 커튼 쳐”
“내일부터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가만 안 둔다. 알았어?”

📌 일기장
‘비 오는 데 먼지 나게 맞았다’
‘차에 치이든, 강도가 찌르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경주 경찰서에 신고까지 했지만 돌아온 건 외면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봅슬레이 감독 출신 이용 의원(미래통합당)은 체육인으로서 분노를 느낀다며,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혼자가 아니었다
최 선수 동료들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선수 생활만 끝날 같아 악행을 고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료선수들은 폭행에 관여한 스태프들을 고소하기로 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악 폐습으로 물든 스포츠맨십
체육계에는 최근까지도 빙상계 미투 운동, 언남고 비리・성폭행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수없이 반복됐습니다.

“나도 체벌을 몇 번 했었다. 죽이든 살리든 저 사람만 따라가면 된다는 믿음만 있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빙상계 미투 사건의 가해자였던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이 자신의 책에 남긴 말입니다. 승리주의에 취한 몇몇 체육계 지도자들의 잘못된 사고 방식과 폭력 행위에 성장해야 할 어린 선수들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떠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