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엑소더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홍콩 독립’이 적힌 깃발만 들어도 체포를 당하는 상황이고 조금이라도 의심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면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데요. 이와 관련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홍콩인들을 돕고자 자국으로의 이주를 돕는 나라들이 나타났습니다.

✔️ 키워드 : 홍콩보안법, 정치적 망명, 시민권 획득

우리가 도와줄게, 여기서 살아

전 세계 각국에서 홍콩 시위 참여자들의 자국 이주 방안을 계획 중인데요.

호주 :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임시로 취업을 한 홍콩인들의 체류 기간을 5년 연장하고, 이후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에요.

영국 : 과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모든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여권은 홍콩이 영국령이던 시절에만 발급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여권인데요. 이 여권을 보유한 사람들은 영국에서 5년 동안 거주하며 일할 수 있고, 그 후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받을 예정입니다.

미국 : 시위에 가담해 위협을 느끼는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요.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뿐 아니라 의료진, 언론인, 법률가 등 시위에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포함해 신청 대상을 선정했고요. 신청자의 부모와 자식에게도 동일한 난민 지위가 부여됩니다.

“우리 일에 신경 꺼라”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요. 심지어 영국을 대상으로는 투자 제한과 같은 경제적 보복을 검토 중이라는데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영국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이로 인한 결과는 모두 영국이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에 이미 영국 정부는 홍콩 내 영국 총영사관에서 일했던 홍콩인 사이먼 정의 정치적 망명을 승인한  바 있어요.

홍콩인들은 떠나는데…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홍콩 인구는 750만 명입니다. 그중 작년 반(反)중국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최소 200만 명으로, 홍콩 인구의 26%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잠재적 이주 희망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호주 등 서방국가들은 홍콩보안법 시행 후 홍콩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데요. 홍콩보안법 덕에 ‘홍콩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만 더욱 많이 유입될 거란 전망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위협인 것이, 누군가에는 안심의 요소가 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네요.

홍콩을 사랑하는 마음에 시작된 일이

홍콩 시위 참여 후 이주를 계획 중인 한 청년은 “홍콩을 사랑해 홍콩 시위에 나섰다가 홍콩을 강제로 떠나는 처지가 됐다”며 한탄했어요. 당장은 안전을 위해 떠나지만 혹여라도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난민 신청을 제외하고는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어, 홍콩에 이산가족이 늘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