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 vs 친일파, 백선엽을 바라보는 두 시선

한국 전쟁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정부는 백 장군을 대전 현충원에 안장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원로군인들의 모임인 재향군인회와 미래통합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6.25 영웅을 대전이 아닌 서울로 모셔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서울이든 대전이든 현충원에 안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일제시대 때의 친일 행적들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가 노장군의 주검 앞에서 다시 논쟁거리로 떠올랐습니다.

✔️ 키워드 : 백선엽 장군, 친일파?, 전쟁영웅?

대전에서 영면

보훈처는 오일장이 끝나는 15일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이 다 찼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유족들은 대전현충원도 만족한다면서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아버지는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분이다”라고 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시민분향소에는 12일 빗속에서도 만2천 명이 조문하는 등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백선엽은 누구?

“후퇴하거든 나를 먼저 쏘라” :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 때 1사단의 사단장이었습니다. 1사단은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다부동 전투에 참전한 부대인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북한군의 남하로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한 상황이었고, 만약 다부동 전투에서도 졌다면 북한에 온 땅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백 장군이 미군과 함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승기를 잡아 평양을 가장 먼저 탈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구국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죠. 그 후 백 장군은 육군참모총장,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합니다.

친일 흔적이 묻은 영웅 : 그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간도특설대 경력이 있다는 겁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만든 조선인으로 구성된  독립군 토벌 부대입니다. 이들은 108차례나 작전을 벌여 172명의 항일 투사와 민간인을 살해했습니다. 그곳에서 백 장군은 중위가 될 때까지 1943년부터 3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는 독립군과 직접 전투한 적은 없다고 했지만, 일본에서 펴낸 본인의 저서에서는 말이 조금 달랐습니다. “한국인이 독립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책략에 그대로 끼인 모양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진지하게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닐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9년엔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까지 올라갔습니다.   

별이 졌다” vs “친일파 파묘

보수 야당에서는 그를 진정한 국군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데요. 마지막 쉴 자리조차 정쟁으로 몰아내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대한민국 육군협회에서도 “대한민국을 구한 백선엽 장군님이 서울 현충원 전우들 곁에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그를 애도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대전 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도 거세게 반발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된 백선엽 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청년들에게 아무리 전쟁 영웅이라도 친일파인 그를 군의 어버이로 소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부 여당 의원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행위자의 묘를 파헤치는 법안을 발의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