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주둔 중인 미군을 줄인다는 말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솔솔 나오고 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에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백악관에 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한국 정부에서 더 내라는 압박인데요. 미국 국방부도 “대통령의 뜻이 확고하다”며 부인하지 않았어요.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주한 미군 줄이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고요. 우리 정부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 키워드 : 주한미군 철수,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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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50억 달러 내라”
현재 한국에는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부자 나라인 한국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줄곧 말하고 있는데요.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그 압박 강도를 높인 거죠. 돈 더 안 주면 미군 뺀다고 하면서요.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분담금으로 1조 389억 원을 미국 측에 냈는데, 트럼프는 한때 50억 달러를 내라며 억지를 쓰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올해 내야 할 분담금 협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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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vs 50%
올 3월에 진행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 한국은 전년 대비 13.6%를 올리고 앞으로 4년간 연간 7%씩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어요. 5년에 걸쳐 13억 달러까지 내겠다고 제안했어요.
- 미국은 올해부터 바로 13억 달러(약 1조 5600억 원)를 내라고 해요. 무려 50%나 올라간 액수입니다. 그 이후는 매년 다시 협상해서 더 올리자는 거죠.
회담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정부의 제안대로 회담 대표들끼리는 합의를 봤는데 트럼프가 이를 거부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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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난 반댈세”
미국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요. 공화당 밴 새스 상원의원 역시 ‘전략적 무능’이라며 트럼프를 비판했어요. 미 의회는 해외 파병 미군 철수 계획을 법안을 통해 막으려고 해요. 하지만 트럼프는 일전에 “대통령은 군통수권자이자 외교 문제의 국가 유일 대표이므로 헌법의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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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철수
지난달 트럼프는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비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도 국방비로 쓰지 않는다며, 독일 주둔 미군 3만 4500명 중 9500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어요. 철수한 미군 중 일부는 돈을 더 내겠다고 말한 폴란드로, 일부는 미국 본토 등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는 “동맹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비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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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까?… “상대는 트럼프야”
미국의 현행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현재 수준의 미군을 더 빼기 위해 예산을 더 쓸 수 없다고 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 의회가 법을 바꾸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나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어떤 수를 쓸지는 아무도 예측 못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고민이에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 4500명은 9개월마다 병력을 교체하는데요. 한국에서 병력을 빼고 안 보내 주면 사실상 감축이 되는 거죠.
*국방수권법 : 미군 병력과 예산운용의 뼈대를 제시하는 법으로 매년 새롭게 통과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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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