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스토리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유죄라던 2004년 판례를 14년 만에 뒤집은 건데요. 대신 종교적 신념이 반드시 진실 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오늘 판결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930여 명한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겠네요.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 왜 그럴까?
우리나라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병역 거부가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양심의 자유’와 ‘종교적 신념’은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는데요. 재판부는 이게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 처벌까지 감수하면서 병역을 거부하는 사회 소수자한테 관용 없이 일률적으로 병역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거죠.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을까?
재판부는 무분별한 병역 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종교적 신념의 진실성을 재판부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재판부가 말한 진실성은 어떻게 가늠 하냐면요. 적어도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려면, 종교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전부여야 해요. 내 삶을 좌지우지 할 만큼 절대적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따라서, 앞으로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피고인의 전반적인 삶을 살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네요.

오늘 판결이 바로 적용된 사례
오늘,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에 대한 상고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있었는데요.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원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아무런 심리도 없이 병역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고 다수의 대법관이 판단했어요. 다만, 대법원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감한 병역 문제, 여론은 어떨까?
“누구는 양심이 없어서 군대 갔나” “군대 다녀온 사람은 양심이 없는 건가” 등 오늘 판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히 많은데요. 인권단체들은 오늘 판결문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나온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다만, 대체 복무 기간을 줄이는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대체 복무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기도 했네요.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