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는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성추행 외교관을 비호하고 있다.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최근 뉴질랜드 주요 방송에서 잇따라 보도한 내용인데요. 3년 전 뉴질랜드 주재 한국 고위 외교관 A씨는 현지 직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추행을 한 것이 드러나 외교부로부터 ‘1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뉴질랜드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한국 정부가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외교관의 성범죄가 두 나라 사이에 외교 문제로도 커질 조짐이 보여요.

✔️ 키워드 :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외교관 면책특권

실명과 사진도 공개

25일(현지시각)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A 외교관은 최대 징역 7년 형의 성추행 행위를 총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뉴질랜드 법원이 발부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사건 발생 당시가 촬영된 한국 대사관 CCTV 영상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해당 논란은 2년여 동안 외부로 드러나지 않다가 지난 4월 초 현지 언론이 보도하면서 알려졌는데요. 그때도 외교부는 동일한 태도로 해당 사건을 미온하게 받아들였어요. 이에 참다못한 뉴질랜드 언론이 A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진 거죠.

? : “만졌지만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

A씨는 2017년 말 뉴질랜드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뉴질랜드 국적 남자 직원의 엉덩이 등 민감한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어요. 피해자는 “대사관에 A씨에 대해 문제 제기했지만, 별도의 조치가 없어 이후 또 한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A씨 역시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한 건데요. 당시 진행된 대사관 자체 조사에서 “만졌지만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한 게 아니다”라고 진술했고요. 이에 대사관 측은 피해자의 근무지 변경도 없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이듬해인 2018년 귀국했습니다. 외교부는 1개월 감봉으로 사건을 자체 종결했고요. 현재 A씨는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 중입니다.

외교부 수사 협조 응할 수 없다

뉴질랜드의 수사 협조 요청에 대해 외교부는 면책특권*을 근거로 거부하고 있어요. 이상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는 뉴스허브 인터뷰에서 “A씨에게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며 “A씨가 뉴질랜드로 돌아가 조사를 받을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외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개인의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외교관 면책특권 : 외교관이 외국에서 공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해당 국가의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라면, NO

외교부는 해당 사건을 쉬쉬하려 하지만 뉴질랜드 현지에서는 여전히 각종 사건과 엮여 회자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아시아미디어센터(AMC)는 최근 빅토리아 대학 한국 전문가의 글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성범죄 문제를 분석하기도 했어요. 한 외교관의 잘못된 처신이 나라 망신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키위(Kiwi·뉴질랜드인의 별명)’는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