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에 모인 공룡 4마리

“독점 아니고 우리도 치열한 경쟁 중입니다” 애플, 아마존,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의 CEO들은 입을 맞춘 듯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미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IT 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을 추궁하는 청문회를 열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중계된 청문회에서는 5시간 넘게 열띤 공방이 오고 갔습니다. 일단 이 핫한 네 기업의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게 처음이고, 특히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처음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거라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기업 삼성과 LG도 언급이 됐다는데요. 창과 방패의 싸움, 지켜볼까요?

✔️ 키워드 : 미국, 반(反)독점법, 실리콘밸리

독점이다 vs 경쟁이다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 소위 위원장은 “이들 기업은 각자의 핵심 유통 채널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파괴하며 가격을 치솟게 하고 품질을 저하시켰다”라고 비판했어요. 4명의 CEO는 공정한 경쟁임을 강변했고요.

  •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 그는 페이스북을 ‘중국에 맞서는 미국 기업’으로 표현했어요. 또한 “우리는 민주주의, 경쟁, 포용,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 경제의 근간인 가치들을 믿는다”며, 중국이 이와는 다른 가치에 초점을 맞춘 그들만의 인터넷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개방성과 공정성이라는 미국 디지털 경제의 힘을 지킬 수 있는 공정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죠.
  • 애플의 팀쿡 :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은 지독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아이폰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사업을 하는 어떤 시장에서도 독점적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삼성, LG, 화웨이 등을 언급하면서요. 또한 앱스토어 독점 의혹에 대해서도 “500개의 앱으로 시작한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현재 170만 개의 앱이 있고, 이중 60개 앱만이 애플이 만든 것”이라며 해당 사실을 반박했습니다.
  • 아마존의 베이조스 : 아마존은 현재 100만 명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미국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 및 2700억 달러의 투자를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미국에 엄청나게 기여를 한 우리를 왜 잡냐 이거죠. 또한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아마존을 창업한 일화를 말하며 자신이 곧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미국의 성공 사례임을 강조했어요.
  • 구글의 피차이 : 구글 역시 다양한 기업들과 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컴캐스트 등을 온라인 광고 경쟁자라고 꼽으면서요. 또한 수천 개의 장비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최첨단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자신들이 만든 운영체제를 많은 기업에서 활용케 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독점이 아니라는 거죠.

스케일이 다른 이번 조사

미국에서 거대 IT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가 벌어진 건 199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20년 만이에요. 하지만 네 곳 업체의 규모를 고려하면 ‘미국 반독점법 역사상 가장 강도가 센 조사’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만 약 5조 달러(약 6000조 원)로 이는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약 1500조 원)의 4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한편 미국 반독점법은 엄격하기로 유명해요. 법을 위반한 사실이 발각되면 최악의 경우 기업이 강제 분할될 수도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