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카오, 요금 인상이 혁신?

스토리

현재 택시요금의 최대 3~4배를 받는 안을 전국택시운송 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단체 4곳과 카카오모빌리티가 23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택시업체와 공유경제가 상생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한 내용인데요. 논의 직후, 이들은 정부와 여당에 플랫폼 택시 출시를 위한 여건 조성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택시 단체와 공유차 서비스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줄 알았더니, 택시와 카카오가 어떻게 하면 배를 불릴까 궁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플랫폼 택시가 뭔데?

기존 택시에 플랫폼 서비스를 적용해 제네시스·K9 등 고급형 택시, K7 등 준고급형 택시, 카니발을 이용한 밴 택시 등을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택시 단체와 카카오는 플랫폼 택시로 준대형·대형 세단 각각 1,000대, 11~15인승 차량 3,000대를 시범운영하자고 논의해왔어요. 확정된 건 아니지만, 고급 택시는 기존 요금의 1.5~2배 가격을 책정했고요. 여기에 수요에 따라 요금을 조절해 받는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수요가 많은 출퇴근·심야 시간대에는 현재 요금의 3~4배를, 수요가 적은 낮에는 80%만 받는 안이 고려됐다고 합니다.

“국민편익 증진”을 위한 일?

택시 단체와 카카오는 정부가 플랫폼 택시 출시와 관련해 어떤 회의도 소집한 적 없다며 실망을 드러냈는데요. “다양한 택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국민편익 증진에 기여할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되묻고 싶은데요. 택시·카카오가 제안한 대로 택시 요금이 3~4배 오르면 국민들이 택시를 타고 싶어 할까요?

한편, 정부는 법인택시 월급제 법안과 제한적 카풀 운영 법안이 통과돼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택시 업계가 해당 법안들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고요.

택시가 타다를 반대하는 이유?

택시 업계는 또 다른 공유차 업체 ‘타다’와 갈등을 빚는 중인데요. 카카오택시가 어플로 택시기사를 연결해주는 것과 달리, 타다는 자체적인 배차 시스템을 사용해 고객에게 11인승 승합차를 제공합니다. 여객운수법상 운전자를 보낼 수 있는 건 11~15인승 차량까지 가능한데요. 2014년, 10명 내외의 단체관광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는 렌터카 업체 요청으로 개정된 내용입니다. 타다에 쓰이는 차량은 번호판이 ‘하허호’로 시작하는 렌터카라, 타다가 관광이 아닌 사업 목적으로 법안을 ‘불법 이용’ 한다는 게 택시 업계 주장이고요.

‘설전’으로 보는 택시 vs 공유경제 갈등

타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지난 15일 분신해 사망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여전히 실질적인 해법은 없었고, 그동안 빚어온 갈등 양상만 되풀이됐는데요.

  • 이재웅 쏘카(공유차) 대표가 17일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타다가 없어지면 모든 게 해결되냐”면서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를 두고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식의 발언”이라며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는 의견을 22일 밝혔고요. 이 대표는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쨌든 새겨듣겠다”고 응수했습니다.
  • 그러다 23일 최 위원장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 분들의 연착륙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는데요. 이 대표가 그동안 주장한 것과 같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혁신은 필요하며 피해보는 산업과 사람이 있는게 현실이라, 전통산업과 종사들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돕고 혁신 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는 거죠.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