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을 홀린 봉준호의 ‘금의환향’

스토리

12살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던 소심한 소년 봉준호, 그가 제대로 일 내고 금의환향했습니다. 현지시간 25일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은 배우 송강호 씨와 함께 아직 수상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기분 좋게 취재진 앞에 섰는데요.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한국 영화계에 칸이 큰 선물을 줬다는 짧은 소회와 함께 국내 개봉을 앞둔 설레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칸 현장 분위기, 이례적일 만큼 폭발적이었다는데 봉준호와 기생충 이들의 무엇이 칸의 마음을 이토록 홀린 걸까요?

봉준호를 주목한 칸의 현장

봉 감독의 ‘기생충’은 칸의 밤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현지시간 21일 오후 10시 ‘기생충’이 공식 상영된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선  2천3백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 안의 불이 켜지자 8분간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치 봉준호 팬클럽 현장에서 영화를 트는 것 같았던 분위기에 수상을 확신했다는 평론가도 있었습니다. 2000년부터 꾸준히 우리 영화들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최고 작품상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인데요. 심사위원단 전원이 만장일치로 그의 영화에 손을 들어줬다는 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나는 소심한 영화광”

떨리는 손으로 트로피를 받아 든 봉 감독은 “메르시(감사하다)”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는데요. 곧 자신을 12살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던 소심한 ‘영화광’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함도 표했고요. 특히, 그는 17년동안 함께 일 해 온 송강호 씨를 위대한 배우이자 자신의 동반자라고 소개하는 각별함을 보였는데요. 수상 직후 포토콜에서 무릎을 꿇고 송강호 씨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영화 ‘기생충’

‘기생충’은 반지하와 고급 주택에 사는 가족이 우연히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블랙코미디입니다. 빈부격차와 계급 충돌이라는 지극히 대중적인 사회 문제에 봉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가 더해져 131분의 러닝타임도 금세 흘러간다는 평입니다. 스태프의 표준근로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완성된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기생충’은 이미 192개국에 팔리면서 역대 한국 영화 판매 1위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에선 오는 30일에 개봉한다는데, 벌써 예매율 1위래요!

봉준호는 어떤 사람?

그는 2000년 장편 풍자극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하지만, 흥행엔 실패하는데요. 곧이어 범죄시대극 ‘살인의 추억 550만’ 괴수 영화 ‘괴물 1천만’ 어두운 가족극 ‘마더 300만’ 공상액션 ‘설국열차 935만’ 등 장르 불문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영화계 거장으로 거듭납니다. 늘 보통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사회 내면을 바라보는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툭툭 내뱉으면서도 힘 있게 관객을 빨아들이는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연출은 물론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까지 그려내 사람들은 그를 섬세하다는 의미로 ‘봉테일’이라 부르기도 하죠.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그를 “머릿속에 완벽한 편집본이 있는 급이 다른 천재”, 배우 릴리 콜린스는 “봉준호는 사랑스러운 괴짜 천재”라고 평했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외신의 극찬도 나왔는데, 봉 감독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이라며 기뻐했습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