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김정은 엇박자’

스토리

아베 총리의 극진 대접으로 요란했던 美·日 정상회담이 어제(27일) 부로 끝났는데 빈 수레가 요란했단 평가가 쏟아집니다.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美·日 무역협상과 대북 문제 모두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무역협상은 진전 없이 협상 시기만 늦추기로 했고, 대북 문제를 놓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감싸고돌며 아베 총리와 엇박을 냈습니다. 3박4일 일정 동안 골프 회동부터 스모 관람까지 과할 정도의 대접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아베 총리, 아마 속이 꽤나 쓰릴 겁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감쌌다고?

아베 총리가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며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9일 북한이 쏜 발사체는 탄도 미사일이 아니고, 이는 유엔 안보리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머리가 좋아서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 핵실험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습니다.

트럼프 속내가 대체 뭘까?

북미 간 긴장을 해소할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이 간절한 겁니다. 이란과의 긴장, 미·중 무역 전쟁 등 가뜩이나 대외 전선이 어지럽게 돌아가는데 북한 문제까지 악화되면 다음 대선 가도에 치명적일테니까요.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과 입장을 달리한 것도 톱다운 방식으로 대화 동력을 유지하겠단 뜻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유지에는 변화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무역 협상은?

미일 무역협상을 7월 이후에 열기로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과 무역에서 오랫동안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며 공정한 무역을 압박한 바 있죠. 이에 미일 무역협상은 농산물 수입과 자동차 수출에서 일본에 불리한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큰데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있는 7월 전에 협상 결과가 나오면 아베 내각과 여당이 타격을 받을 것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상황을 배려해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당일에도 미일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너무 크다고 주장해 기존 인식엔 변화가 없음을 나타낸 겁니다. 또 올 하반기면 미국 대선에 한층 가까워져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노동자층의 표를 노리고 대일 무역 공세를 강하게 퍼부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만 모면했지 실질적 국익은 챙기지 못했단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래도 우린 ‘동맹국’ 크로스!

방일 마지막 날인 오늘(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에 승선해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과시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동맹국 중 스텔스 F-35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된다”고도 말했는데요. 스텔스는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평양을 타격할 수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제일 싫어하는 무기로, 최근 일본이 105대나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기를 팔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력을 키워 어떻게든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려는 아베 총리의 손발이 딱 맞은 겁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일미군 연설서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지칭했습니다. 속셈이 뭐든 간에 자신들의 국력 키우면서 한없이 가까워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도 무엇이 실질적인 국익인지 냉정히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