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에 협조 말라”… 한국기업 샌드위치?

스토리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기업들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했는데요. 최근 중국 당국이 맞대응 격으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를 불러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노골적으로 편 가르는 두 나라 사이의 샌드위치 압박이 현실화 된 건데요. 국내 기업을 두고 미국과 중국 틈에서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우리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졌습니다.

중국의 압박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 관리들이 지난 4~5일, 세계적 기술 기업들과 만나 중국 기업에 부품 공급을 멈추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중국에 있는 생산 시설을 이유 없이 해외로 이전하면 응징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는데요. 이 자리엔 한국의 삼성과 SK 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이 있었습니다. 현재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 중입니다.

희토류 카드도 곧?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희토류 관련 규제 기관과 기업들을 접촉했습니다. 희토류는 첨단기술 산업의 원자재 광물로 희토류 수입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한텐 아킬레스건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의 추가 관세와 화웨이 제재로 조급해진 중국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희토류 수출 규제를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업들은 ‘전전긍긍’

국내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들도 난감하다며 중국의 압박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는데요.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가격 담합 혐의(반독점)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칼자루를 쥔 중국 정부의 ‘위협’에 한국 기업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겁니다. 지난해부터 둔화세를 보이는 국내 반도체 경기에 또 한 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은?

섣불리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기조로 전략적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해서도 개별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때처럼 두 나라의 패권 쟁탈전에 국내 기업이 피해 보는 일이 없게 하려면 이젠 대책 마련 강구가 시급해 보입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