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항 北어선’ 군과 해경 다 뚫렸다

스토리

지난 15일 기관고장으로 강원도 삼척항에 표류했다고 알려진 북한 어선이 귀순을 목적으로 일부러 엔진을 끄고 동이 틀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방파제에서 최초 발견된 북한 어선이 별다른 제지 없이 부두에 정박해 동네 어민들과 대화까지 나눴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다는 건데요. 우리 당국의 해상 감시나 해안경비 태세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까지?

19일 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5일 밤 어민 4명이 탑승 중이던 북한 어선은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귀순을 위해 엔진을 끈 채 대기하다가 이른 새벽 해안 쪽으로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어선은 삼척항 부두까지 접근했고 인근에서 산책 중이던 주민의 신고로 이날 오전 6시 50분께 당국에 발견됐는데요. 삼척항에 곧바로 접안하지 않고 밤 사이 해상에 대기한 것은 야간에 동력을 켜고 해안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 사격 가능성을 우려한 행동으로 분석됩니다.

휴대전화까지 빌렸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어선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군 관계자는 “주민 4명은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고, 대공 용의점도 없었다“며 ”4명 중 2명은 애당초 귀순을 작심했다고 진술했고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멍 뚫린 감시망

북한 어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서 출항해 무려 3일 가까이 우리 영해에 머물렀지만, 군과 해경은 이를 탐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6시15분께 삼척항 인근의 지능형 영상감시체계, 그리고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CCTV에도 해당 선박이 찍혔는데 해경은 조업 활동을 마친 남측 어선으로 판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 지난 18일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이 조업 중이던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통일부 발표에 KBS가 어선은 삼척항에 정박까지 했다고 보도했지만, 우리 군과 해경은 이를 바로잡지 않아 논란입니다.

군 관계자는 “침투가 예상되지 않는 곳은 (경계) 밀도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전했는데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2년 ‘노크귀순’ 또?

삼척항 어민들은 이번 일이 2012년 최전방 초소에서 벌어졌던 ‘노크 귀순’과 같다며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노크 귀순’은 2012년 북한군 병사 1명이 비무장지대 내 우리 측 GP의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사건을 일컫습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