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과 산다는 것

영화 <완벽한 타인>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제목 속 ‘완벽한’이란 단어와 ‘타인’이란 단어는 낯선 조합이라 궁금해졌습니다. 제목의 의미가 우리에게 ‘완벽한 타인’이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우리가 완벽하게 타인인 사람과 살고 있다는 의미인지요. 글 끝에서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로맨틱 코미디란 영화 속 인물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이들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되는 코미디의 희극의 한 장르입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러한 코미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린 영화입니다.

<완벽한 타인>은 월식 날, 오래된 초등학교 동창친구들이 성공한 친구 태수의 호화로운 집에서 부부동반 집들이를 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관계 속에서 적당한 위선도 보이죠. 그때 도발적인 제안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1시간 동안 서로의 핸드폰의 문자, 전화 모두 오픈하자!”

요즘 핸드폰에는 한 사람의 모든 일상이 다 있습니다. 그래서 연인이나 배우자의 핸드폰을 보고 싶은 적은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이 우리에게 묘한 동감과 동질감을 줍니다. 한번쯤은 상상했던 상황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얼떨결에 시작된 이 게임은 월식처럼 가려진 이들 관계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줍니다. 이때부터 영화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고, 다음엔 어떤 상황이 올지 몰입하며 지켜보게 됩니다. 결국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국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월식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비밀은 없던 일처럼 덮어집니다. 물론 우리는 이들의 비밀을 알고 있지만 그저 지켜만 보는 존재일 뿐이죠.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 세 가지 삶을 사는 사람들.

내가 그렇듯 내 곁의 타인도 각자의 비밀이 있을 겁니다. 영화처럼 연인, 혹은 배우자의 핸드폰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핸드폰을 볼 건가요? 그리고 나서 아무렇지 않게 보지 않았던 그 순간으로 돌이킬 수 있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모든 걸 다이룬 듯한 석호(조진웅)는 텅 빈 부엌에서 혼자 쓸쓸히 티라미수를 먹습니다. 결말로 함께 티라미수를 나눠먹는 것을 상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달콤한 티라미수를 먹는 건 영화 내내 비밀을 덮는 것을 선택한 석호 혼자였습니다.

티라미수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케이크지만 크림치즈로 덮어진 여러 장의 얇은 케이크가 층층이 포개져있습니다. 관계란 티라미수처럼 서로 부서지지 않게 적당히 덮어주는 그런 게 아닐까요? 오늘도 우리는 티라미수처럼 층층이 분리된 완벽한 타인들과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웃음과 해학에 방점을 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줍니다.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을 어디까지 볼 자신이 있을까요? 보고 덮을 수 있나요? 저는 자신이 없네요.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