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줄다리기’…비건의 보따리

스토리

이달 27일부터 1박2일간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美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北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가 사흘동안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했죠. 비건 대표가 8일 저녁 협상 진행 상황을 한국 정부에 알려주기 위해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美 국무부는 현지 시간으로 7일 북한의 모든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가 목표라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물론 베트남 어느 도시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는데요. 비건 대표가 과연 어떤 보따리를 풀어 놓을까요?

비건과 김혁철은 평양에서? (feat. 실무협상)

비건 대표가 이끄는 美 협상팀이 지난 6일 평양을 방문해 사흘동안 김혁철 전 스페인 북한 대사와 실무 협상을 이어갔는데요.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율하는 게 두 남자의 미션이었습니다. 회담 개최지도 베트남으로만 정해 놓고 구체적인 도시 선정에는 양국이 이견을 보여 왔는데,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거고요. 미국은 의전이 수월한 다낭을, 북한은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빅딜? 스몰딜? 그것이 문제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양국의 합의 수준인데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플루토늄·우라늄 생산 중단과 시설 폐쇄, 사찰 허용)를 약속하고 미국이 보상책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 한반도 종전 선언이 성사되면, 이건 빅딜 (Big Deal)이고요. 영변이나 동창리 같은 일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인도적 지원 확대만 이뤄지면, 스몰딜(Small Deal)이 되는 겁니다. 미국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도 ‘단계적 비핵화’로 협상 방향을 전환한 만큼 美 본토에 위협이 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부터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미회담 처음도 아닌데 웬 호들갑?

지난 1차 회담 당시 북미 정상은 포괄적인 합의만 했지 입장 차는 좁히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서 협상해 나간다는 ‘살라미 방식’을 고집한 반면, 미국은 북한의 CVID(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우선으로 요구하는 ‘원샷’ 방식을 고수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일부 핵시설 폐기와 사찰 허용 등 북한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자 미국도 ‘원샷’ 방식만을 고집하지는 않기로 했기 때문이죠. 당일치기였던 지난 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1박 2일로 진행되는 걸 보면, 군사·외교·경제 분야의 북미 실무자들 간의 연쇄 회담이 열릴 수도 있어 보입니다.

북미회담 D-19! 이제는?

비건 대표가 미국과 한국 정부에 방북 협의 결과를 알리고 후속 협상을 논의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 북핵 협상 대표인 가나스키 겐지 국장도 9일 비건 대표를 만나기 위해 8일 밤 서울에 도착한다고 하니, 코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미·중 정상회담도 열릴 거라는 소식에 남·북·미·중이 한자리에 모여 아예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건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불투명해졌네요.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