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비상사태 ‘트럼프의 복심’

스토리

트럼프 美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5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트럼프는 앞으로 국방 예산 60억 달러, 우리 돈 6조 7천억 원을 국경장벽 설치에 쓸 계획인데요. 미국 내 반응은 싸늘합니다. 민주당은 초헌법적 조치라며 소송전을 예고했고, 공화당도 권력분립을 규정한 헌법에서 세입과 세출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거든요. 국가 비상사태라니 전쟁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설치할 국경장벽 예산을 두고 민주당이랑 씨름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감춰왔던 비장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예산 확보의 마지막 수단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건데요. 국가비상사태 시 美대통령에게 의회 승인 없이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걸 이용한 겁니다. 이참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설치 예산으로 처음 국회에 요청했던 57억 달러보다 더 많은 8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80억 달러가 전부 어디서 나와?
  • 예산으로: 美 의회가 13억7500만 달러는 트럼프 행정부에 허락해 줬어요. 이건 지난 목요일 상하원 모두 합의한 예산안으로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안에 서명했죠.
  • 집행조치로: 6억 달러는 美재무부의 마약 몰수 자금에서, 15억 달러는 국방부의 마약퇴치 작전 예산에서 전용할 거라네요.
  • 국가비상사태 조치로: 트럼프가 추가적으로 확보하려는 돈은 36억 달러입니다. 이건 병원 신축과 철책선 점검 등 군사기지의 건축비용에 들어가는 돈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예산이 깎여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는 이유로 국경장벽 건설에 동원될 예비군 편성에도 승인했습니다.

미국 내 반응은 어때?
  • 민주당: 당연 결사반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의 총체적 남용이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한 법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 공화당: 난처한 입장입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밀어주자니 대통령이 예산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선례를 만드는 셈이 되고, 반대하자니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반기를 드는 꼴이 되니까요.

 하지만, 미첼 메코넬 상원 원내총무는 이번 조치가 국익보다 당파적 방해 행위를 우선시한 민주당 행태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 심각한 거야?

겁 먹을 만큼은 아니에요. 1976년 미국에 국가비상사태법이 제정된 이래로 총 58차례 선포됐을 정도로 흔한 조치니까요. 하지만, 이를 활용한 7명의 미국 대통령 대부분이 대북 제재, 핵확산 방지, 무역 등 국제 분쟁을 다루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점에선 이번 조치가 이례적이긴 합니다. 트럼프처럼 안보를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2001년 9·11 동시테러 이후 처음이거든요.

이유라도 알자! 트럼프가 왜 그러는지…

美 의회가 비상사태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싸움의 승패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대선을 위한 마지막 칼을 뽑아든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민주당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을 야기했잖아요. 이 대가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국경장벽 설치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재차 강조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겁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