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법무 “김학의·장자연 재수사”

스토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故 장자연 씨 사건의 철저한 진실 규명을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각계 사회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위 사건들에 대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인데요. 박 장관은 두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을 오는 5월 말까지로 2개월 추가 연장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필요한 부분은 재조사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소시효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습니다.

‘강제 수사권’ 빼든 정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故 장자연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부실 수사를 하거나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며 “드러나는 범죄 사실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하여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 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직접 나서 ‘강제 수사’도 하겠다는 건데, 강제 수사권이 없어 소환 조사에 어려움을 겪던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재조명 받는 김학의·장자연 사건

   ① 2013년 김학의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사회 유력 인사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윤중천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다는 의혹인데요. 당시의 정황이 담긴 동영상과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나왔음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검찰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재조명 계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의 조사 과정 중 불거진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 불을 지폈습니다. 검찰은 수사 당시 경찰이 증거로 제출했던 동영상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을 또렷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었는데요. 지난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 출석해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해 검찰의 사건 은폐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한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신 김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었던 황교안 대표의 개입 여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② 2009년 故 장자연 사건: 29살 연기자 장자연 씨가 사회 각계 유력인사에게 성상납을 강요 받았다는 자필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고인의 유서를 토대로 감독(7명), 언론인(5명), 금융인(4명), 기획사 인사(3명) 등 총 20명이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는데요. 검찰에 기소돼 사법 처리를 받은 건 장 씨의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단 2명 뿐이라 부실 수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재조명 계기: 장 씨의 동료 배우였던 윤지오 씨가 최근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증언을 하며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여론의 공분이 커졌습니다. 현재 전직 기자 출신 A씨가 2008년도에 장자연 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 모씨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장 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윤 씨는 사건 당일 동석했던 인물로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A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습니다.

재수사 한다 했지만, 갈 길이 멀다고?

두 사건 모두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입증한 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도, 공소시효 때문에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습니다. 김 전 차관의 경우 별장 동영상 촬영 시기가 2009년쯤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현재 드러난 증거만으로는 향응 수수(공소시효 7년)밖에 인정이 안돼 처벌이 힘들고요. 장자연 씨 사건의 경우도 강제추행 혐의의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입니다.

다만, 김 전 차관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피해 여성에 대한 강제 마약투약과 성폭행 의혹이 증거로 뒷받침될 경우, 특수 강간죄로 공소시효가 최대 25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