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는 홍콩

홍콩 경찰이 10일 민주화 세력들을 무더기로 체포했어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를 검거했고요. 뒤이어 ‘홍콩 민주화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아그네스 차우도 강제 연행했습니다. 지난달 시행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요. 이날 연행된 민주 인사만 10명입니다. 빈과일보는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신문을 발행했어요. 홍콩 시민들은 물론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도 ‘홍콩 민주화 세력 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 키워드: 홍콩보안법, 지미 라이, 아그네스 차우, 빈과일보, 우산혁명

 

우산혁명 주역 아그네스 차우

10일 밤 10시. 아그네스 차우가 자기 집에서 경찰에 체포됐어요. 현지 언론은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어요. 차우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같은 인물이에요. 2014년 그는 조슈아 웡과 함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이끌었습니다. 당시 차우의 나이는 겨우 열여덟 살이었어요. 그는 2016년 학생 시위대와 함께 ‘데모시스토’라는 정당을 세워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어요. 데모시스토 당은 지난해 홍콩 시위 때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해서 중국 정부에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죠.

 

언론 탄압 신호탄

같은 날 오전에 ‘언론 재벌’ 지미 라이도 강제 연행됐어요. 두 아들과 회사 임원 3명도 함께 체포됐어요. 홍콩 경찰은 200여 명을 투입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빈과일보’ 본사를 압수 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시자이기도 한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 때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을 목격하고 언론에 관심을 가지게 돼요. 이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계로 뛰어든 거예요. 그는 ‘빈과일보’를 통해 끝없이 반중 기사를 내보냈어요. 그뿐만 아니라 차우가 주도했던 ‘우산 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언론사 사주 등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언론탄압의 신호탄인 거죠.

 

“계속 싸워야 한다”

10일 빈과일보는 1면에 “계속 싸워야 한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어요. 평소 10만부를 찍던 부수를 5배나 늘려 50만 부나 발행했지만 모두 팔렸어요. 이날 빈과일보의 주식가격도 180%나 폭등했어요. 홍콩시민들이 수난을 겪는 빈과일보를 열렬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 홍콩 시민들의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어요. 하지만 빈과일보 지지라는 우회적인 투쟁을 통해 저항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요.

 

국제사회도 우려

  •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SNS에 “홍콩의 가혹한 국가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가 체포됐다는 보도에 매우 걱정스럽다”며 지미 라이의 체포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와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대변인은 “지미 라이의 체포는 홍콩보안법이 반대파를 침묵시키는 구실로 이용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어요.
  • 유럽연합(EU)도 “홍콩 시민들의 인권 존중과 기본적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선 ‘일국양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라며 대변인 성명을 냈어요.

 

‘우산혁명’이 뭐지?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일어난 시위입니다. 행정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추천을 받아야 했거든요. 처음엔 홍콩 학생들이 시위를 시작했지만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돼요. 경찰이 쏘는 최루탄을 시위대가 우산으로 막아내는 모습이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는 ‘우산 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죠. 이후 홍콩에서 ‘우산’은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