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러시아산 맹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개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어요. 스푸트니크는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우주에 발사한 인공위성의 이름인데요. 그만큼 러시아로서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거죠. 당연 전 세계적으로 환호가 쏟아져야 하는데, 우려도 만만치 않아요. 1등에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거죠. 다른 나라들은 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백신 개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먼저’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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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딸도 맞았다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발된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고, 자신의 딸도 맞았다며 백신이 안전하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임상 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3상*이 생략됐고, 1‧2상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백신 개발에 투자한 러시아 펀드 회사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이미 개발된 에볼라나 메르스 백신의 핵심 성분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심 성분이라고 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는 서방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개발에 이용되고 있어요.

* 백신은 보통 3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해요. 이 중 3단계는 수만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안룰렛?

바이러스 연구 국제단체의 한 연구원은 충분한 검증 없이 러시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러시안룰렛(도박)’이라고 말했어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크렘린이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시민들의 건강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서섹스대 오히드 야쿱 수석강사는 “3상 시험 생략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자칫 물보다 나을 게 없는 백신이 사람들에게 접종될 수 있다”고 비판했어요.

중국, 필리핀은 “신뢰”

필리핀은 러시아로부터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받기로 했다면서 그 효능을 믿는다고 했어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백신이 도착하면 내가 첫 시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도 러시아의 백신을 신뢰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놨어요. 중국 백신 전문가인 타오 리나는 “서방 국가가 러시아 백신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은 정치적인 원인이 더 크다”면서 “또 자국의 백신 개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어요.

WHO “의학적 검증 실시하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WHO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러시아가 만든 백신을 세계 각국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제대로 검증도 안 된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처(FDA)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검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최초일 알았던 모더나의 백신은?

‘실험자 전원 항체 형성’에 성공했다던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는 지난달 27일, 3만 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습니다. 신약 시판 전 최종 검증 단계로 여겨지는 3상 시험을 통과하면,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백신을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는데요. 이르면 연말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예요.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