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이어 ‘금강산관광’ …김정은의 잇단 도발

“너절한 남측시설 싹 들어내라”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물들을 싹 들어내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일대를 현지지도하며 불만스럽게 내뱉은 말입니다. “손쉽게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 이라고도 했습니다. 아버지인 선대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례적이네요.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개성과 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내비쳤던 것과는 아예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최근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대미항쟁 의지를 보였던 것과 같은 궤로 이번엔 남측을 상대로 불편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선임자의 의존 비판” :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이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지금 금강산이 마치 남과 북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도 했습니다.


“우리식 건설” :  김 위원장은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단계별로 건설하라고 지시했고요.  현대적인 호텔과 여관 골프장 등을 짓고, 비행장과 관광지구로 연결된 철도도 건설하라고 했습니다.

금강산 현지지도에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현송월 등이 수행했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부인 리설주 여사도 보였습니다.


왜 갑자기 ? :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 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 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남측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움직이자 않자 이에대한 불만으로 이런 조치들을 한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백두산 승마와 연관해서 미국 뿐만 아니라 남측에 대해서도 강경한 결단을 내비쳤다는 것이죠.



우리 정부 ‘당혹’ : 즉각적인 대응과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하면서도 북한의 의도 파악에 바쁜 모습입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시설물들을 제거하라고 했으면서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부분과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는 말에 완전히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며 당혹 속에서도 비관적 전망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


금강산 관광 :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역작인데요. 1989년 남측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관광 개발의정서’를  북한당국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고요, 1998년 6월 통일소 500마리를 이끌고 방북했으며,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관광 합의서’에 정식으로 서명했습니다.

그 다음달인 11월부터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면서 금강산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2003년에는 금강산 육로관광도 개시했고, 2005에는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KBS 열린음악회’도 금강산에서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되기 까지 195만명이나 금강산을 찾았네요.

박왕자 사건 :  2008년까지 순조롭던 금강산관광은 그해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중단됐습니다. 북한이 사과도 없었고 재발방지 약속도 없어 회담은 계속 결렬됐고요.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북한이 천안함 폭침 도발을 하면서 사실상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도 끝났습니다.


금강산 시설물은 ? :  현대그룹의 현대아산이 50년간 금강산관광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습니다. 관광이 중단 된 이후에도 한동안 금강산 시설들을 관리하고 있었고요.  그러나 2011년 금강산관광 중단이 오래되자 현대 관계자들은 모두 철수했고요. 북한은 남쪽 시설물들의 몰수와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남쪽 시설의 권리 주체 문제 등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점 휴업 장기화 ? : 올 초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방침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재개 의지를 환영하다”고 화답해서 분위기는 좋았어요. 그러나 올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다시 비관적으로 방향이 틀어졌고요. 이번 김 위원장의 ‘남측시설 철거’ 발언으로 금강산관광의 개점 휴업상태는 한동한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