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인가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걸프만에 걸쳐있는 국가 중에는 UAE가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는데요. 50년 적이 친구가 된 겁니다. 두 나라는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두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힘을 모은 거예요. 이로써 이스라엘은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물꼬를 텄는데요. 사우디 연합에 이스라엘까지 끼면서, 미국과 함께 이란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중동의 세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까요?

✔️ 키워드: 사우디・이스라엘 연합, 이란, 중동 갈등

엄청난 돌파구 마련!”

두 나라는 조만간 투자, 관광, 통신 및 기타 문제 등 전반적인 산업에 대한 합의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또 대사관을 설립하고 대사도 교환하기로 했어요. 지금까지 UAE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이스라엘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는데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서안 지구*를 추가로 합병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동의하면서 양국의 합의가 성사됐습니다.

* 팔레스타인의 서안 지구에는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있어요. 이스라엘은 이곳에 40만여 명의 유대인을 들여보내면서 정착촌을 형성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주권을 행사하려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주변 이슬람 국가는 “왜 유대교인 너희가 아랍 국가를 맘대로 통치하려느냐”며 이스라엘을 견제했던 겁니다.

결국 끝판왕은 이란?

사우디, UAE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이슬람의 정통파인 수니파를 따르고요. 이란과 이라크 등 소수 국가는 이슬람의 다른 거대 분파인 시아파를 따릅니다. 이들은 종교 문제 등으로 긴장 관계를 이어왔죠. 그런데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의 영향력이 아주 커졌는데요. 수니파 정체성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반(反)이란 연대를 꾸렸고 같은 종파인 아랍 국가들도 이에 협조를 한 겁니다. 한편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이란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강한 적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이란을 최대 적으로 보는 공통분모가 모여 힘을 합치기로 한 겁니다.  

왜 하필 UAE? UAE는 걸프 지역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인 나라고요. 이 지역을 잇는 허브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요.  

앞으로 중동은?

  •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사우디와 UAE를 비롯한 22개의 아랍 국가에게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UAE를 시작으로 주변 국가들로부터 지위와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어요.
  • UAE에 이어 오만, 바레인 등도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돼요. 이렇게 되면 사우디까지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했는데요. 지금까지 자국의 보수 이슬람 세력들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나서지 못했습니다.
  • 이란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어요. 16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UAE에 대한 이란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UAE는 물론 사우디까지 위협하며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요.

트럼프의 그림?

미국과 이란은 ‘석유’와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로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전부터 사우디를 포함한 반(反)이란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는데요. 지금까지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어요. 그러나 이스라엘과 UAE를 잇는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외교적 성과를 보여준 겁니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트럼프는 기대하고 있어요.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