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보복’ vs ’52곳 타격’ …중동 화약고 터지나

한국 호르무즈 파병도 딜레마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을 통해 폭격 살해한 이후 중동의 전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란 이슬람 사원에는 ‘피의 보복’을 예고하는 붉은 깃발이 게양됐고 미군은 3500명의 군대를 중동에 급파했습니다. 이란은 핵합의 탈퇴라는 강수까지 내세우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군사충돌은 물론 핵위기까지 재점화 됐습니다.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치러진 4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솔레이마니의 딸을 조문하며 “이란이 복수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로켓 포탄 3발이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에 떨어졌고, 미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중심에도 박격포탄 2발이 날아와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이 여러명 다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면 이란의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의를 다졌습니다.  52라는 숫자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인질로 잡혔던 미국인 숫자를 의미합니다.

 “핵합의 탈퇴” :  이란이 몰래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불신을 갖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는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란에 대해 완화시켰던 경제와 금융제재를 완전히 되돌리면서 다시 핵협상을 하자고 압박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핵합의’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사찰과 중단, 혁명수비대 해외활동 지원 금지, 이란 핵프로그램 영구 폐기 등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솔레이마니의 죽음으로 이마저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혔습니다. 이란은 핵프로그램 제한 조항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면서 우라늄을 원하는 만큼, 필요한 농도까지 농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란은 이미 사정거리 2천킬로미터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란이 핵탄두를 보유한다면 중동 지역은 물론 서유럽까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순교자 솔레이마니: 5천여명의 쿠드스군을 이끄는 솔레이마니 장군은 해외에서 비밀작전을 총 지휘하고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에게 직접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의 대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외교 업무도 총괄해 왔습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란 국민의 전폭적인 믿음을 받던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단순한 군사 지도자의 죽음이 아니라 거룩한 순교자로 탈바꿈하면서 이란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격 폭살 왜 ? : 미국은 그동안 솔레이마니의 존재에 대해 불편해 하면서도 제거 등의 극단 선택은 이후의 파장을 고려해 자제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고립주의를 내세우며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31일 휴양지 마라라고에서 휴가를 즐기던 트럼프 대통령은 TV에서 바그다드 미 대사관이 화염병 공격을 받은 장면이 계속 나오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때 솔레이마니 제거로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3일 새벽 3시 (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향에서 친이란계 민병대 지도자의 영접을 받는 솔레이마니가 포착되자 트럼프는 즉시 작전을 명령했고 그 순간 바그다드 상공에 떠 있던 무인 공격기 MQ-9 리퍼가 솔레이마니가 탄 차량을 폭파했습니다.

일부에서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자신의 강인함을 부각하고 탄핵 정국을 반전 시키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저질렀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둘로 쪼개진 미 여론 : 민주당의 일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이고 긴장을 고조하며 불균형적인 군사 활동은 미국인과 우리의 동맹국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미국 워싱턴과 시카고를 비롯한 주요 도시 70여곳에서는 ‘전쟁을 멈춰라’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매우 심각한 공격 계획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트럼프 지지지들과 공화당은 “솔레이니마니 손에는 미국인의 피가 묻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용기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불똥 튄 호르무즈 파병 : 상선 보호를 목적으로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에 파병하는 방안을 굳혔던 한국정부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한국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 변경하는 방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칫 이란을 적으로 돌리면서 중동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