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카를로스 곤의 ‘일본 탈출극’

악기상자 탈출은 가짜…열도 ‘멘붕’

카를로스 곤 전 닛산 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일본 탈출극’을 두고 갖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곤 전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였습니다. 곤 전 회장은 24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 뒤 연주자의 악기 상자에 숨어 출국했다는 말이 그동안 유력한 설로 나돌았습니다만, 이번엔 29일 한낮에 도쿄에 있는 자기 집에서 외출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혀 탈출 과정은 오히려 미궁에 빠졌습니다.

액션 첩보물 ‘미션 임파서블’의 영화 같은 스토리라는 말도 도는데요. 실제로 곤 전 회장은 탈출하기 직전 헐리우드 인사들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내용도 논의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곤 회장은 현재 부인 캐롤과 함께 레바논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8일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고 했습니다. 

일본 열도는 국가 체계가 무너졌다는니, 사법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느니 호들갑을 떨고 있고요. 일본 정부는 레바논에 곤 전 회장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레바논 정부는 합법적으로 입국했다며 전혀 응할 태세가 없네요.
 
태연히 외출? : 악기 상자에 숨어 달아난 것이 정설처럼 알려졌지만 29일 낮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혼자 나가는 모습이 현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촬영됐습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요.

일본 경찰은 이에 따라 곤 전 회장이 그날 공항으로 가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행기는 터키를 거쳐 31일 레바논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때까지도 일본에서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완전 뒷통수 맞은 거지요.
 
악기상자 탈출설? : 처음에 교토통신은 곤 전 회장이 자기 집에서 24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는데, 악단으로 가장한 사설 보안업체 직원들이 큰 악기 상자에 곤 전 회장을 숨겨 달아났다고 보도했어요. 대형 트럭을 통해 공항으로 도착했고 이후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것은 결국 가짜뉴스가 됐고요.

멘붕에 빠진 열도 : 일본 수사당국은 보석 조건을 위반하고 외국으로 도망간 곤 전 회장에 대해 인터폴에 국제 수배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곤 전 회장이 프랑스 여권을 갖고 합법적으로 입국했다며 신병을 인도할 생각이 없음을 뚜렷하게 밝혔습니다. 일본과 레바논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도 맺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보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일본 사법제도를 바보로 만들었다는 자조섞인 비난도 일고 있고요. 반면에 범죄 입증 다툼이 있는 피의자도 장기간 구금하는 이른바 일본 의 ‘인질사법’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어쨌든 수사 당국은 망신을 당한 것이고요.

왜 레바논에 ? : 곤 전 회장은 부모가 모두 레바논 사람입니다. 태어나기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6살부터는 레바논에서 살았고요. 이후 프랑스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 기업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레바논에 친구도 많고요. 전 부인도 현 부인도 모두 레바논 사람입니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과 레바논 프랑스 3개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곤 회장은 레바논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는데요. 일본에서 곤 전 회장이 구속되자, 레바논 시민들은 ‘나도 곤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석방 촉구 시위도 벌였습니다.

“난 억울하다” :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 도착하자 마자 발표한 성명에서 “유죄를 미리 단정하고 기본적인 인권 마저 부정되는 일본 사법시스템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나는 정의로 부터 달아난 것이 아니라 불의와 정치적 기소로부터 해방된 것”이라며 “이제 나는 언론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네요.  일본 수사당국이 자신을 부당하게 구금했으며 자신은 결백을 입증하고자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가택연금을 ? : 1999년 르노자동차는 경영난을 겪던 닛산자동차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됩니다. 이때 르노자동차에서 근무하던 곤 전 회장이 닛산자동차에 파견을 오게 됐고요. 이후 일본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고강도의 인력감축인 구조조정 등을 거쳐 회사를 정상회 시킵니다. ‘닛산을 살린 영웅’이 된 겁니다.
이를 통해 곤 전 회장은 존경의 의미인 ‘곤 사마’로 불리며 ‘카리스마 경영자’의 아이콘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20년 동안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역임했고요.

그러나 2018년 11월 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곤 전 회장은 하네다 공항에서 바로 체포가 됐는데요. 회사 돈으로 자기 집을 샀고, 자신의 보수를 91억엔 (960억원)정도) 적게 신고했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주장입니다. 최고 15년 형까지 받을 수 있는 중죄입니다.  

이후 구속된 상테에서 재판을 받던 곤 전 회장은 지난 3월 10억엔을 내고 보석됐다가 다시 구속, 이후 4월에 5억엔을 내고 2차 보석된 뒤 자택에 연금된 상태였습니다.

내부 반란 ? : 곤 전 회장의 부정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의 내부 고발이었다는 말이 꾸준히 돌았습니다. 닛산자동차 사이카와 사장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도 하고요. 르노와  닛산의 얼라인언스(연합) 상태를 합병하려고 했던 곤 전 회장에 대해 닛산측이 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 재계에서는 ‘일본의 순혈주의가 낳은 내부 반란’이라고도 합니다.
 
*** 연합과 합병 : 곤 전 회장은 르노와 닛산의 얼라이언스(연합) 회장이었는데요. 연합은 2개 이상의 회사가 독립된 구조아래서 여러가지 사업을 협력하는 것이고요. 합병은 다른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는 하나의 회사로 되는 겁니다. 이런 합병을 시도하던 곤 전 회장에 대해 일본 측이 반란을 꾀했다는 거지요.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