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노숙’ 미스이란은 왜 포스터를 들었나

“돌아가면 처형돼요” 망명 요청

국제 미인대회에 참석했던 미스이란 바하리 자레 바하리가 필리핀 아키노 공항에서 2주째 노숙을 하고 있어요.  바하리는 지난 17일 두바이를 출발해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는데 입국이 금지된 거죠. 이유는 바하리에 대해 인터폴이 이란인 폭행혐의로 수배령 적색경보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하리는 이런 폭행혐의는 조작된 것이고, 자신이 이란 정권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으로 추방되면 적어도 25년의 형을 살거나 처형되기 때문에 망명을 애타게 요청하고 있어요.

대체 뭔 일? : 바하리는 지난 해 미스 이란에 뽑혀 올 1월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미인대회 미스인터콘티넨탈에 참가했어요 . 그런데 대회 도중 이란 정권을 비판해 온 전 왕세자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 흔들었어요. 이란 정부의 심기가 불편했겠죠?  바하리는 대회가 끝난 후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바이로 갔다가 지난 17일 다시 마닐라로 들어가려다가 이런 사단이 난 겁니다.


바하리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이슬람 정권아래서 억압받고 있는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바하리는? :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은 이란의 마슈하디에서 태어났으며 배우이자 치과의사라고 소개했어요. 2014년부터 필리핀에서 치의학을 공부했다고도 했고요.


“인권탄압 반복” : 필리핀 정부는 현재 바하리 주장의 진실 여부를 살펴보고 있으며, 망명을 받아 들여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어요 . 그런데 국제 인권단체들에서는 이란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이 반체제 인사들의 송환을 강제하기 위해 인터폴 절차를 악용하는 인권탄압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바하리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레자 팔라비는 누구? :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된 팔라비 왕조의 왕세자입니다. 당시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는 무너졌고 레자 팔라비는 국왕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올해 59살인 팔라비는 자신은 민주주의자라고 칭하며 미국에서 반 이란정부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레자 팔라비는 현 이슬람 정부를 싫어하는 이란 국민들사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이란 어느 시골에 가더라도 사람들은 두 사람을 반드시 아는데, 한사람은 정치지도자 하메이니고 그 다음이 레자 팔라비라고 합니다. 바하리도 팔라비를 따르는 그 중 한 사람이었던 거죠.


팔라비 왕조 : 이란은 기원전 559년에 건설된 페르시아 제국이래 2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1925년에 팔라비 왕조가 세워졌습니다. 레자 팔라비의 아버지인 레자 시루스 팔라비 국왕은 친미 친영의 친 서방 정책을 펼치며 이란의 개혁 개방을 이끌었어요 . 그런데 언론 탄압 등 독재 정치와 사치 생활 등으로 국민들의 눈 밖에 나 결국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는 축출됐습니다.

이때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고 대통령제인 공화정을 설립했어요. 그러나 실권은 종교지도자에게 있습니다. 하메이니라고 불려요. 지금 이란 정부는 철저하게 반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란 여성과 축구  : 이란 혁명 이후 이슬람정권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극히 제한해 왔는데요. 그 대표적인 것이 여성들이 축구장에 못 들어가게 한겁니다. 이란에서는 축구가 나라를 대표하는 인기 경기종목인데

그래서 일부 용감한 여성들이 지난해부터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한 뒤 경기장에 들어가 응원을 하고, 이를 SNS 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적발되면 실형도 받기도 했고요.


블루걸 사건 : 지난해 사하르 호다야리라는 여성이 자신이 응원하는 이란 프로축구팀 경기를 보려고 남장하고 경기장에 들어갔다가 체포됐어요. 그런데 호다야리는 자신이 구속될 것을 두려워 해 지난 달 분신을 한겁니다.  2주만에 숨을 거뒀고요.  호다야리가 좋아하던 프로 축구팀의 상징 색깔이 푸른 색이어서 블루걸로 불리게 됐습니다.

이 사건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외국에서도 이란에서의 축구경기 보이콧이 잇따르자 이란 정부는 지난 10월 10일 이란여성들의 축구장 응원을 허락했습니다.

이란 혁명이후 무려 38년만이라고 하네요. 물론 격리된 여성들만의 공간에서만 가능했지만요. 약체 캄보디아와의 경기라 남성들은 흥미를 잃어 남성 관람석은 텅 비었지만 여성들의 관람석은 꽉 찼다고 합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