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구충제가 말기암 특효? 오죽하면…

보건당국 경고 “절대 안 돼” 

이런 기사는 쓰기도 참 조심스럽습니다만 모른 척하기에는 상황이 좀 심각합니다.  개나 고양이들의 구충제에 들어가는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말기 암환자에게 특효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 구충제를 복용하는 암환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요즘 암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의 온라인 모임인 카페 등에 들어가 보면 온통 이 구충제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이 약을 복용하고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리는 후기를 남기는가 하면, 누구누구는 이 약을 먹고 나았다더라라는 근거없는 이야기들도 가득합니다.

최근 폐암 말기인 개그맨이자 가수인 김철민씨가 이 약을 먹고 좋아진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방송에도 출연하자 동물 구충제 논란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보건당국이 2차례나 나서서 함부로 이 약을 먹다가는 오히려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환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합니다. 

 
유튜브가 발단 :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사는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이 2016년도에 폐암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한 수의사로부터 개 구충제를 먹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근데 이 약을 먹고 3달 뒤에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이 지난 달 초  ‘암환자는 꼭 보세요’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 됐는데 이것이 지금 이런 현상으로 까지 번진 것입니다.
 

<월드빌리지 매거진TV 유튜브 캡처>


김철민 “혈액 정상” : 폐암 말기인 김철민씨는 최근 한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근황을 밝히며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삶의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기도 했는데요 . 그가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다가 구충제를 먹었더니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며 효과를 암시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현재 4주째 복용하고 있는데 석달 동안 복용해보고 그 효과를 다시 알리겠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임삼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건당국과 의사들은? : 한마디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기관을 억제해 함암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이고 사람에게는 시도해 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구충제 역시 세포 독성이 있어 간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치료로 인해 증상이 나아졌는 지도 불확실 하다는 거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우리가 오죽하면 개 구충제까지 먹겠느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라는 글들이 지금 암환자 모임 카페에는 가득합니다.  심지어 “기적의 신약 아니냐?”라는 희망적인 글도 있고  “비싼 약을 팔아 먹으려고 구충제를 못 먹게 한다”라는 근거없는 음모론도 나옵니다.  자기 자신도 구충제 약의 효과를 믿지는 않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 . 나 스스로 마지막 임상실험을 하는 중이다” 라는 체념 섞인 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 동물구충제는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한 약이 됐습니다. 심지어 사재기를 한 뒤 다시 비싼 값으로 되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암에 특효가 있다는 자연치료 방법이나 약들이 일시적으로 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희망이 없는 환자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 잘 알면서도요.

 
좀 더 시간이 있다면 …

 
암 치료 신약은? :  임상시험을 다 거친 신약으로 표적항암제나 면역함암제인 암 치료약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약을 먹기 위해서는 1년에 적어도 6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통계상 신약을 먹어도 현재로서는 1~2년의 생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 적용은? : 면역항암제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이 치료를 받으려면 1차 치료제인 일반 치료인 표준함암제로 3번 이상 치료를 해 본 뒤 결과가 좋지 않아야, 2차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보험 적용이 됩니다.

표준함암제로 3차례 치료를 받으려면 보통 4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암 치료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1차 치료를 받느라고 체력이 떨어지면 그 이후의 치료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환자들의 푸념입니다.

1차 치료의 기간을 못 참아 바로 면역항암 치료를 한다면 1년에 1억씩 들고, 2~3번만 이 치료를 하다가는 바로 집도 팔아야 하는 메디컬푸어(medical poor) 신세를 못 면하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동물 구충제 등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 면역항암제 : 방사선, 항암제 등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나 약물 대신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제를 말합니다.  몸속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성질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암에 적용할 수 있으며 소화불량, 구토, 백혈구 감소증, 탈모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2015년 흑색종이 뇌종양으로 전이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4개월 만에 완치시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