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삼성 2인자 구속… ‘MB 수사’가 단초

이상훈 의장 등 26명 ‘무더기 유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의장이 17일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이 의장은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사실상 ‘삼성의 2인자’로 불립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도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함께 구속됐습니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와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모두 32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이 가운데 26명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겁니다. 

최평석 삼선전자서비스 전무와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도 각각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의 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습니다. 노조 와해 작업에 관여해 전략을 만든 노무사와, 노사협상 등에 개입한 전직 정보경찰도 구속됐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7명이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눈감아 드릴 수 없다” : 재판부는 이상훈 의장을 구속하면서 “본인이 실제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그럴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저희가 그런 것을 눈감아 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조와해 전략? :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만든 ‘노사전략문건’에  자세히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노조 와해 전략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계열사에 배포한 뒤 연 2회 대응 태세 점검을 하고, 자회사인 서비스센터가가 체크리스트에 따라 비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고하면, 삼성전자가 다시 점검해 보완해서 내려 보내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가 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를 위해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 받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 개입을 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겁니다.
 
MB수사에서 결정적 증거? :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문건’을 입수했다며 폭로했는데요. 당시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고 출처를 알 수 없다며 흐지부지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엉뚱한 곳에서 단초가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당시 삼성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때  인사팀 사무실을 살펴보던 검찰 수사관이 한 컴퓨터에서 삭제되고 있던 직원들 사내 메신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사무실 안의 자료를 숨기기 위한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은 주차장과 회의실에 숨겨놓은 외장하드 디스크와 공용 컴퓨터 등을 압수했습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가 자회사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공작이 담긴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노조 “총수 기소못해 아쉬워” : 삼성전자 노조는 재판 결과에 대해 “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 파괴가 공식 확인됐다”며 “형식적인 도급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를 직접 사용하면서 심지어 협력업체 폐업까지도 마음대로 정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2013년 문건이 처음 나왔을 때 제대로 수사가 됐다면 당시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이건희 회장 등 총수를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무노조 경영은 이제 불가능” : 지금까지는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등 범 삼성가를 중심으로 무노조 경영이 이뤄져 왔습니다.  범 삼성가는 노조 설립을 전사적으로 막아왔고, 불법성 시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영계에서는 이젠 무노조 경영을 고집한다는 것은 구속을 각오해야 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도 지난달 노조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