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특감반원’ A씨는 왜 스스로?

“검찰 무리 수사” vs “청와대 압박”

검찰은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서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원’ A씨의 휴대전화와 유서를 확보했습니다. A씨는 검찰조사를 3시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확보한 휴대전화를 포렌식 분석해서 그가 사망 전에 누구와 통화했고 어떤 내용을 나눴는지 등을 확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규명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위법하게 수집하고 이를 경찰에 하달해 이른바 ‘하명수사’를 하게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A 수사관은 이와 관련해 올 초 울산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았고요. 또 숨진 당일 서울 중앙지검에 소환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확보된 유서엔? :  A씨는 A4 용지보다는 좀 작은 메모지 9장에 큰 글씨로 듬성듬성 글을 남겼습니다. 각 장마다 아내와 자녀 친구 등에게 전하는 글들을 남겼고요. 윤석열 총장에게 남긴 글도 있었는데 “총장님께 죄송하다. 면목없지만 가족을 배려해 주기 바란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지난 2009년 윤 총장은 대검찰청 범죄정보 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A씨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 :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A 수사관이 사망 전에 동료들에게 전화해 내가 힘들어 질 것 같다, 지난해 초 내가 울산에 내려간 것은 고래고기 때문인데 검찰이 왜 부르는 지 모르겠다고 한 것 등은 검찰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이라며 검찰에 A씨 사망 책임을 넘겼습니다.

또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A씨가 ‘가족을 배려해 달라’고 쓴 것은 검찰이 A씨 가족 등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 원래의 사건과는 관계없는 별건 수사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A씨가 골프접대 등 개인비리를 조사받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이어 이번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검찰이 다시 ‘제2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청와대가 압박? : 올 2월 A씨는 청와대에서 나와 동부지검에 복귀했습니다. 당시 동부지검은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고요. 야당인 한국당은 민정수석실에 함께 근무하던 상급자가 수사로 전화해 유 전 부시장의 수사 상황을 캐물어  A씨가 울면서 청와대의 압박을 괴로워했다는 주변의 말을 전하면서 이것이 사망 원인이 아닌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경찰 반발 :  검찰이 A씨의 휴대전화와 유서를 경찰에 임의제출을 요구해도 되는데 전격 압수수색까지 한 것에 대해 경찰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 A씨 사망의 책임이 있을 지도 모르는 검찰이 서둘러 증거를 확보한 것은 숨겨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울산방문 실체가 관건 : 지난해 초 민정비서관실에서 특수관계를 살피던 A씨는 울산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리첩보를 수집하러 간 것이라는 의혹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었고요.

이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운영위원회에 나와 특감반이 울산에 내려간 것을 시인하면서도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 부처간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내려갔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청와대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그때 특감반원의 울산 방문 성격에 따라 규명되게 되어 있었는데, 중요 당사자인 A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특수관계팀의 역할은? : 청와대 직제에 따르면 민정수석 밑으로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등 4개 비서관실이 있습니다. 민정비서관실은 친인척관리팀과 특수관계 담당팀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A씨는 특수관계 담당이었고요.

특수관계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청와대는 부처간 불화도 담당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검찰이나 야당에서는 이 팀이 일종의 별동팀으로 각종 선거나 체제유지을 위해 활동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 팀의 책임자가 백원우 전 비서관이고 또 그 위에 조국 전 민정수석이 있다는 겁니다.

고래고기 사건? : 지난 2016년 울산경찰은 불법포획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을 구속하고 고래고기 27톤 40억 원 어치를 압수했는데요. 검찰이 21톤 30억 원 어치를 업자들에게 되돌려줬습니다. 업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었고요.

당시 경찰은 검찰과 검찰출신 변호사와의 유착 등을 의심하며 수사에 나섰고, 검찰은 불법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첨예하게 붙은 검경갈등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당시 검찰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울산경찰청장이 지금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입니다. 

조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