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생일날 버핏의 선택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지난달 30일 90세의 생일을 맞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식 투자를 했는데요. 이번에 눈에 띄는 투자 대상은 일본 5대 종합상사입니다. 버핏이 일본 상장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버핏의 투자 원칙에 딱 맞는 종목이라고 하네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 소식에 하락했던 일본 증시는 워런 버핏의 투자 소식에 반짝 ‘상승’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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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대 상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년간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등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을 사들였는데요. 각각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5대 상사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6700억 엔(약 7조 5293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워런 버핏은 이들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며, 지분을 최대 9.9%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종합상사? 버핏이 투자한 5개 종합상사는 에너지, 철강부터 식료품, 직물까지 ‘천연자원이 부족한 일본’으로 수입해오는 대형 무역회사인데요. 수출입 업무뿐만 아니라 자원 개발과 유통 업무 등에 진출하는 등 종합적인 기능을 하며 일본 경제의 성장과 세계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세계 금융위기와 국제 유가 등 자원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이 취약해졌어요. 신 산업 투자 측면에서도 벤처 투자가, 사모펀드 등의 기세에 눌리고 있습니다.

 

왜 하필 종합상사?

일본 종합상사는 버핏의 투자 기준에 딱 들어맞는 해외 주식인데요. 전문가에 따르면 상사주는 배당률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1) 미쓰비상사와 스미토모상사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5.32%와 5.04%로 도쿄증시 상장사 평균(약 2%)의 2배를 넘는데요. 2) 이토추상사를 제외한 4대 종합상사의 PBR은 0.7~0.8배입니다. 시가총액이 회사를 처분한 것보다 낮을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거죠.

*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시가총액에서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나눈 건데요.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것이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해외 투자로 눈 돌린 버핏

또 버핏이 7조 원 이상을 들여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사들인 건 해외의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들임으로써 미국 시장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철도와 자동차보험 등 90여 개에 달하는 투자회사가 코로나19로 고전한 탓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 1분기 497억 달러의 적자를 냈어요. 그동안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버핏은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은행주 일부를 파는 등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주식 보유 264조 원

버크셔 해서웨이는 6월 말 기준 2074억 달러(약 246조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미국 주식으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 4개 회사가 전체 투자의 70%를 차지합니다. 해외 기업 투자는 중국 전기차 1위 BYD 등 극소수인데요. 일본 주식에 투자한 것도, 이스라엘 IMC 그룹에 속한 절삭공구 회사 탕가로이(비상장사)에 투자한 것이 전부였죠.

 

세계 6위 부자의 철학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30일 현재 버핏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치는 826억 달러(약 98조 원)로,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버핏은 90세 생일을 기념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인 ‘복리의 마법’을 거듭 강조했다는데요. 일명 ‘므두셀라 기법’이라고도 불려요. 므두셀라는 성서에서 969년을 살았다고 나오는 인물인데요. 오랜 시간 안정적이고 짭짤한 투자 수익을 내는 곳에 돈을 묵혀두는 ‘가치 투자’의 핵심을 므두셀라에 비유한 거예요. 이런 그의 철학대로, 현재 버핏 회장이 가진 자산의 90% 이상은 65세 이후에 번 것이라고 합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