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삼성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일 오후 경영권 불법 승계와 부정 회계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됐어요.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는데요. 1년 9개월 여 만에 매듭지어진 거예요. 앞서 6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수사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의 기소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검찰은 사건이 중대하고 증거가 명백하다면서 소신 결정을 내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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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소했나?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 데는 두 사건이 얽혀 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이 사건을 보고 받고 지시했다고 봤어요. 그가 경영권 불법 승계의 최종책임자이자 수혜자라고 결론 내린 겁니다.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회부됐어요.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검찰은 2015년 이 두 회사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 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봤어요.  

 

삼성 “합병은 합법” 주장

삼성 변호인단은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어요.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합병 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수사위원회 의견 묵살

검찰은 지난 6월 이 사건을 판단해달라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거예요. 결론은 더 이상 수사하지도 말고 기소하지도 말라는 권고였어요. 앞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도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을 기소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한 부담을 질 수도 있는 결정을 단행한 거예요.

* 검찰수사심의위원회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법조계, 문화계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한 심의를 합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어 검찰이 결정을 반드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데요. 이제껏 결정을 따랐습니다. 이번 기소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어긴 최초 사례인 거죠.

 

수사의 시작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015년에 의도적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재무제표를 뻥튀기했다는 겁니다. 이 회사는 설립 연도인 2011년부터 4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에 갑자기 조 단위의 흑자를 냈거든요. 검찰은 이 사건이 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어요.

 

불법 승계는 어떻게 ?

2015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주식 23.2%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습니다. 삼성물산의 주식은 없었고요. 그런데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세 배나 유리하게 만들어 이 부회장은 단박에 삼성 물산의 최대 주주로도 우뚝 서게 됩니다. 검찰은 사실상 두 기업의 병합이 이 부회장의 삼성 내 지분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삼성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됐다고 본 거예요. 이후 삼성은 합병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 대규모 흑자를 낸 것처럼 만들었다는 거고요.

 

삼성의 위기

이 부회장은 2017년 3월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이듬해 석방됐는데요. 이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까지 겹쳐져 적어도 4~5년은 법정을 들락날락해야 합니다. 경영계에선 이 부회장의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 차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