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몸에서 ‘노비촉’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 독극물로 공격당했다고 독일 정부가 밝혔습니다. 니발니는 지난 20일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러진 뒤 독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나발니가 범죄의 희생자라며 “러시아만이 대답할 수 있고 대답해야 하는 엄중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일제히 러시아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는 독일이 조작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 키워드: 러시아, 알렉세이 나발니, 독일

러시아의 살인 미수

메르켈은 “나발니는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 미수의 희생자”라며 러시아 정부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배후에 푸틴의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겁니다. 노비촉은 구소련이 발명한 독극물로, 전형적인 러시아식 암살 수법의 상징물로 여겨지는데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충격적인 일”이라 반응했고요. 미국도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노비촉은 4분이면 사람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 손상 등을 일으키는 위험한 화학물질입니다. 김정남이 2017년 살해당할 때 쓰인 신경작용제 ‘VX’보다 8배나 더 독성이 강해요.

미리 마냥 달려든다

독일의 발표에 러시아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쓰러진 나발니가 독일로 옮겨지기 전에 그의 몸을 확인했을 땐 독극물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어요. 러시아의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은 “어떠한 사실도, 정보도, 증명 자료도 없다”라며 독일에 근거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또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까지 마치 시나리오를 짠 것 마냥 모두가 달려든다고 비꼬았어요.

독일이 발끈한 이유

평소 온화하고 신중한 메르켈이 강경하게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일각에선 독일이 러시아를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았다고 분석합니다.

  • 독일에서 소란 피운 러시아: 독일과 러시아는 작년에 몇 차례의 마찰을 겪었어요. 작년 1월엔 독일 연방 하원들의 정보를 러시아 해커들이 해킹하는 일이 있었고요. 같은 해 8월에는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에서 러시아 정보총국(GRU) 직원이 조지아인 2명을 피살한 일도 있었습니다.
  • 몸집 키우는 러시아: 2014년 푸틴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시켰습니다. 크림반도 앞의 흑해를 장악하고 유럽과의 무역, 군사 태세 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어요. 또 지난 8월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벨라루스에선 시위가 일어났는데요. 오랜 우방국인 러시아가 여기에 개입해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는 등 약속을 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독일이 자꾸 커지는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을 견제하려 한다는 겁니다.

▷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같은 동슬라브 국가로 문화·언어·역사적으로 매우 가까운 우방국입니다.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쓸 정도죠. 벨라루스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한 명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국가인데요. 현재 집권 중인 알렉산드로 루카셴카가 26년간 대통령직을 맡고 있어요.

러시아의 카드, 천연가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주 공급원입니다. 독일은 석유 다음으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죠. 러시아는 독일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언제든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는 대응 카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도 이번 사건과 러시아 천연가스 사업과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어요.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