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패싱’ 합의

의료계 파업 15일 만에 진료 정상화를 위한 가닥이 잡혔습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밤샘 협상 끝에 4일 극적으로 5개 조항에 합의했는데요.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의 실행을 중단하기로 했고, 의사들도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 파업을 주도했던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어요.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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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조항은 뭔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4일 오후 5개 조항에 합의하고 서명을 했습니다.   

  1.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고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2.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 후에는 의협과 정부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협의체에서 ‘4대 정책’은 물론,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전공의 수련 환경의 실질적 개선 등을 논의할 거예요.
  3. 의협과 여당의 협약에 따른 국회 논의 결과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4.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5. 의협은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대전협 “패싱 당했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정부와 의사협희의 합의를 졸속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의사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고 중단만 했다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라며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글을 올렸어요.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도 합의된 게 없다며 회원들에게 긴급 공지했어요.

*패싱: 단체나 국가간 따위에서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말.

 

점거 농성도

당초 정부와 의협이 합의 서명식을 하려고 했던 곳은 서울 회현동 건강증진개발원이었는데요. 전공의 100여 명이 식장 앞을 점거하고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 “전공의는 합의한 적 없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었습니다. 결국 박능후 장관과 최대집 회장은 급히 광화문 서울정부청사로 장소를 바꿔 서명식을 열었습니다. 

 

의협 진료 현장 돌아갈 때

의협의 최 회장은 “복지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투쟁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사들도 파업을 멈추고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헀어요. 그리고 정부에 파업으로 고발당한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단체 의료 개혁 포기한 밀실 합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단체의 요구대로 공공의료를 포기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의사가 의료계를 모두 대표하는 것이 아님에도 정부가 집단휴진에 굴복한다면 이후 의료정책도 과잉진료·의료 공백 등으로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어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정당성 없는 밀실야합”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