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논란

‘디지털교도소’라고 들어보셨나요? 성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민간 사이트인데요. 이곳에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 씨가 지난 3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A 씨가 디지털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는 올 7월 자신이 아는 사람의 얼굴을 음란물로 합성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데요. A 씨는 자신이 해킹당한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어요. 이 사건을 두고 사설 홈페이지의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적 복수 사이트, 정당할까요?

✔️ 키워드: 디지털교도소, 사법부, n번방

 

디지털교도소 지인 능욕범

지난 7월 12일 디지털교도소는 A 씨의 얼굴과 이름은 물론 소속 대학과 전공 그리고 전화번호까지 모두 공개했습니다.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달라고 부탁한 이른바 ‘지인 능욕범’ 이라는 이유인데요. 며칠 뒤엔 A 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캡처한 사진과 A 씨로 추정되는 음성 녹음 파일도 모두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A 씨는 억울하다며 경찰에 디지털교도소를 고소했어요. 

  • 사실 아니다” : A 씨는 자신의 대학교 커뮤니티에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했어요. 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이 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이 있다”라며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되어 전화번호가 해킹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음된 음성도 자신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 “직접 확인” :  A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이트 운영자는 5일 공지사항에 “A씨의 목소리 파일을 들었던 여성 피해자분께서는 A 씨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어요. 해킹 가입을 주장하는 A 씨에게 증거를 요구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고도 했고요.

 

디지털교도소는?

디지털교도소는 올해 3월, 사법부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이유로 민간인이 직접 성범죄자나 강력 범죄자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고자 만든 사이트입니다. 운영자는 “사촌 동생이 ‘n번방’ 피해자라는 걸 알고서 눈이 뒤집혔었다”라며 설립 배경을 밝혔어요. 현재 사이트에 개인 정보가 게시된 사람들은 150여 명이고요.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는 물론이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라며 판사 10여 명의 정보까지 게시돼 있습니다.

 

범죄자 신상 공개 정당한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취지는 공감하지만 직접 ‘처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형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 제대로 된 입법 절차나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며 “분명한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도 “신상이 한번 잘못 공개되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입장을 밝혔어요. 반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 찬성: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 필요한 유형의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사법부는 이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디지털교도소 운영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 반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사이트 운영자가 제일 악질 범죄자다”라며 디지털교도소 폐지를 요구하는 쪽도 있어요.

 

처벌 못 하나

다른 사람의 신상을 함부로 공개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요. 공익 목적이라면 처벌을 면해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양육비를 안 주는 아빠를 고발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배드파더스’의 운영진은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어요. 이번 사건은 어떨까요? 한 변호사는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공익 목적이라기보단 특정 인물을 비난·비방하려는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라며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어요. 정작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국내에서 처벌받을 일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서버가 해외에 있고 암호화 돼 있다면서요.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