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 품고 일단락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합의로 의료계 총파업은 일단락됐습니다. 파업을 주도하던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도 8일 오전 진료 현장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습니다. 8일부터 국가고시 실기 시험이 시작됐는데요. 두 차례 접수 기한을 연장하고서도 응시 대상 의대생 중 오직 14%(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을 보겠다고 한 거예요. 정부는 더 이상의 추가 구제는 없다고 강경하게 밝혔습니다. 의료계는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해주지 않으면 다시 단체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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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돌아왔다 

8일 주요 대학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속속 병원으로 복귀하고 있어요. 집단 휴진 18일 만입니다. 서울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전공의 전원이 돌아왔고요. 세브란스병원 등은 아직 일부만 복귀했어요. 이들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판정을 받는 대로 빠르게 업무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연기됐던 수술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거고요. 외래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도 다시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요. 다만 집단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사들도 적지 않아 ‘의료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추가 접수는 없다

정부는 완강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추가적인 접수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못박았어요.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대생에게 국가시험의 추가적인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감정을 고려해달라고 의료계에 호소하기도 했어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생도 성인이므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구제 안 하면 다시 파업

시험 전날인 7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의대생의 시험 거부는 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라면서 “협회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라고 밝혔어요. 의협은 지난주 정부 여당과 극적으로 합의했는데요. 이 합의가 의대생과 전공의의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됐다며 “전제가 훼손되면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어요. 오늘 현장으로 복귀한 대부분의 전공의들 또한 의대생을 구제해주지 않으면 다시 병원 밖으로 나오겠다는 입장이고요.

 

 차례 시험 연기에도…

의료계가 단체 행동에 나선 지난달, 의대생들은 줄줄이 국가고시 접수를 취소했어요.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 가운데 90% 정도가 응시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섰어요. 시험 시작 날을 1일에서 8일로 일주일 연기했고요. 시험 접수 기한도 5일, 7일로 두 차례나 연장했습니다. 파업 참여로 시험 준비 시간이 부족했을 국시 재신청자들이 11월 이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주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전체 응시 대상 3172명 가운데 86%인 2726명이 끝내 접수를 하지 않은 거예요.

 

졸속 합의에 분노

의대생들은 4일 있었던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합의를 ‘졸속 합의’라고 생각해요. 내용 측면에서 정책 ‘철회’가 아니라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고요. 합의 과정에서도 전공의나 의대생 측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의대생들은 투표를 거쳐 6일 결국 국시를 보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복지부와 여당의 표리부동한 정치 행보에 분노한다”면서요.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