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제동 걸린 ‘백신’

곧 나올 것 같아 기대를 잔뜩 품게 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시장에 가장 빨리 나올 거라고 예상되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개발이 최종 시험 도중 중단됐어요.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거든요. 제약사 측은 “일시중단”이라고 했지만, 상황에 따라 개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요. 이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다른 나라들도 곤란해졌어요. 우리나라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 키워드: 백신,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무슨 부작용?

AZD1222는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함께 개발했는데요. 지난 8월부터 미국과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만여 명을 모아 백신 개발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영국인 참가자 한 명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횡단척수염’이라고 보도했어요. 이번 사태가 일어나자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주자 9곳은 안정성과 효능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며 공동성명을 발표했어요.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 경쟁이 한풀 꺾일 듯 합니다.

▷ 임상 시험은 신약, 의료기기, 새로운 시술 또는 수술법 등의 안전성과 효능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을 말하는데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통상적으로 3번의 시험을 진행합니다. 1상에서는 비교적 소수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3상은 다수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집니다.

 

다른 나라도 비상

많은 나라가 이 업체에 백신을 공급받기로 계약했어요.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는 물론이고요. 수조 원의 구매 비용까지 예산으로 편성한 가운데 ‘개발 중단’ 소식을 들은 거예요.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있는 11월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꼭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급한 마음에 지난달 말에는 ‘3상 시험을 건너뛰자’는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려고도 했고요.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도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1조가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내년까지 3억 명 분량의 백신을 받기로 약속하기도 했어요.
  • 일본: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러야 하는 일본도 이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일본은 무려 인구의 절반인 약 6천만 명 분의 백신을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업체가 중단을 알리기 바로 전날, 이 업체와 화이자 제약 등에 백신 비용 6157억엔, 우리 돈으로 약 7조 5400억 원을 지출하기로 결정도 했어요.

 

국내 공급도 차질 생기나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손을 잡고 이 곳과 생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하면 SK 측이 위탁 생산을 하고, 생산 제품 대부분을 국내에서 쓰기로 했었죠. 그러나 개발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우리나라도 다른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계획을 바꿔야만 합니다. 정부는 중단 내용을 정확히 파악 후 앞으로의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어요. 국내 백신 개발은 임상 시험 2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등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요.

  

파이널 라운드, 절반은 중국제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개발을 일시 중단하면서 3상 시험을 진행하는 백신 후보는 8개로 줄었습니다. 이 중 절반은 중국 제품이예요. 중국 제약사들은 올해 연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대요. 사실 시노팜, 시노백에서 개발한 제품은 공식 승인이 나지 않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요.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두 제약업체 제품을 접종한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네요. 두 제약사는 의료 종사자와 해외 노동자 등에게 백신을 먼저 접종했고, 아직까지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선등록 후시험

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승인을 먼저 내리고 임상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지난달 러시아는 자체 개발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승인했는데요. 임상 1·2 단계 시험 참가자는 38명에 불과했고, 3단계는 아예 하지도 않았던 상태였어요. 러시아 국민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이를 비난했습니다. 결국 9일, 뒤늦게 3상 시험을 시작했어요.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