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하늘, 그리고 불바다

미국 서부, 지금 불바다입니다. 해안가를 따라 나란히 붙어 있는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등에서 산불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요. 캘리포니아에서만 9일(현지시간)까지 남한의 10분의 1 정도 크기가 넘는 면적에 불이 번졌습니다. 주민 수천 명이 불을 피해 집을 나갔고요. 이 일대는 연기가 대기를 뒤덮어 한낮에도 어두컴컴해졌습니다. 하늘이 짙은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기이한 일도 일어났어요. 소방당국은 이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산불 중에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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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어느 정도

이번 산불로 적어도 7명이 숨졌습니다.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은 캘리포니아입니다. 서울의 15배나 되는 면적이 불탔어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30만 에이커(약 1천 214㎢), 서울의 두 배 정도에 이르는 면적이 해를 입었습니다. 일부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고요. 소방서와 도서관 등 공공시설 80% 이상이 소실된 곳도 있습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85건이 넘는 산불이 진행 중이고요. 그중 절반이 이 세 개주에 속해 있습니다. 

  

주민들 핵겨울이 왔다

대낮에도 어둠이 짙은 하늘을 보고 주민들은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외출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핵겨울이라고 불렀다”라고도 보도했어요. 핵겨울은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 재와 먼지 때문에 일사량이 줄어 오랜 기간 기온이 낮아지고 날이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해요.

  


산불이 왜 일어났지?

캘리포니아는 건조한 기후와 잦은 번개로 인해 매년 산불 피해를 겪어왔습니다. 올해에는 한 목장공원에서 아기의 ‘성별 확인 파티’를 하며 사용한 불꽃이 튀어 큰 산불로 번지기도 했어요. 다양한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불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은 다양한데요.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대형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어요.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폭염과 가뭄 등이 점점 심해졌거든요. 불이 더 잘 붙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캘리포니아의 주지사 개빈 뉴섬도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산불은 기후 변화가 유발한 것”이라고 밝혔어요.

 

낭만 없는 주홍빛 하늘

기상 전문가들은 햇밫이 산불 때문에 대기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짙은 오렌지빛 하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기를 뒤덮은 연기와 재가 햇빛을 굴절시키면서 파란색과 녹색 같은 짧은 파장은 차단하고요. 빨간색과 노란색 같은 파장이 긴 빛만 통과시키거든요. 산불에 가까이 갈수록 대기에 통과되는 햇빛이 줄어들어 한밤중처럼 까맣게 보인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