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우째 ‘스가’

건강이 나빠 사임한 아베 총리를 뒤이을 후계자가 정해졌습니다. 14일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했는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자민당 당원들의 과반수 표를 얻어 총재에 당선됐습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은 제1당 대표(총재)가 총리직을 수행합니다. 그는 16일 임시국회를 통해 일본의 제99대 총리로 공식 임명됩니다. “아베 총리의 대처를 계승해 나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며 총재로서 첫 마디를 남겼습니다. ‘포스트 아베’ 스가,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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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계승에 압도적 지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535표(국회의원 표 394개 + 지방 표 141개) 중 377표를 얻으며 약 7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총재에 당선됐어요. 그는 16일 총리로 공식 지명을 받고요. 내년 9월까지 약 1년간 임기를 수행합니다. 그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이라는 국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은 있을 수 없다”며 신속한 일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어요.

스가의 정치 인생

그는 1948년 아키타현에서 딸기 농부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도쿄 명문 사립대학인 호세이대 정치학과를 전공했는데요. 1975년 어느 중의원 의원의 비서로 들어가 정계에 입문했고요. 1987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시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 후 1996년부터 중의원 총선거에서 처음으로 자민당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했고요. 2012년 관방장관에 올라 지금까지 일하며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북한

아베 총리와 그를 이어준 건 신기하게도 ‘북한’이라고 합니다. 2002년 고이즈미 집권 시절 당시 북한에 대한 반북 여론이 팽배했어요. 그때 두 사람 모두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장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가까워졌다고 해요. 스가는 특히 ‘특정 선박의 입항 금지 특별 조치법*’ 입법과 ‘외국환 및 외국 무역 법 조항 개정*’에 앞장섰던 만큼 북한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2004년 북한의 선박 만경봉호를 타깃으로 한 법안입니다. 만경봉호는 1년에 약 20차례 북한에서 일본을 넘나들었어요. 배에는 북한의 통일전선 간부가 동승했죠.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공작원들에게 지령을 내려 매년 10~20억씩 현금을 운송했습니다. 

* 스가는 외국환 및 외국 무역 법에 재일교포 기업인들의 대북 송금 경로를 차단하는 내용을 추가했어요.

무(無)파벌이 어떻게?

파벌이 없다는 건 그만큼 각 파벌의 이해관계를 잘 이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특정 파벌에 강한 소속감을 가진 인물이 남은 임기를 수행한다면 다른 파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책에 옮기기 쉽지 않겠죠? 파벌이 없는 스가를 잘 설득한다면  충분히 본인들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 일본의 정치는 정당 내에서 어떤 파(派)에 들어갔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스가는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일본 현지는 물론 한국 언론에서 스가가 어떻게 당선된 건지 관심이 많은 거예요.

한일 관계는 계속 불편

스가가 아베 정권 계승을 주요 가치로 삼은 만큼 한일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그는 당선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다”라며 확고한 의사를 표명했어요. 또 그는 정부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안중근은 일본의 총리를 상해해 사형 판결 받은 테러리스트다”라는 발언을 했고요. “다케시마(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일본 고유 영토다”며 우리를 화나게 했어요.

결국엔 아베 꼭두각시?

스가는 관방장관으로 일하면서 관광 사업, 지방 상생, 농업 개혁 등 국내 업무를 주로 처리해왔습니다. 따라서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데요. 그는 이를 의식한 듯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와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아베 총리에게 외교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혔어요. 일본에서는 결국 아베의 바지사장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는 코로나 방역과 경제 활성화,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요.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