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WTO의 선택은?

“관세 올린다(관세장벽)”, “그럼 나도 관세 올린다(보복관세)”를 반복하며 2018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결국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무역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는데요. 지난해 12월 이미 양국 간 1차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관세전쟁은 끝이 났지만, WTO에서 미국의 도덕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겁니다. 아직 1심 판정에 불과해 이대로 판결이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은 벌써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 키워드: WTO, 관세전쟁, 미중갈등
 

첫 번째 판정

이번 결정은 WTO가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중국에 부과했던 일련의 관세에 대한 첫 번째 판정이에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만 2340억 달러(약 276조 1000억 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사실상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라, 오랜 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중국산 수입품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미국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어요.

 

미국 왜 그랬어

미국은 중국 정부가 수출업체들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했고, 중국 업체들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자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지난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조치를 내렸어요. 이에 반발해 중국이 2019년 WTO에 소송을 제기했고요.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여 조치가 WTO 회원국들에 대한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며, 보복 조치 전 WTO에 먼저 조정을 요청하도록 한 분쟁 조정 규정도 위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무역법 제301조: 외국이 미국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부과할 때 대통령이 관세 및 기타 수입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 최혜국 대우: WTO의 기본 원칙으로, 한 국가가 부여한 제3국의 권리와 이익을 상대국에도 인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입장 차이는

· 미국: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WTO는 중국의 해로운 기술 관행을 막기에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는데요. 이어서 “미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활용해 미국 노동자, 기업, 농민, 축산업자를 이용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어요.

· 중국: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일방주의와 무역 보호주의라는 잘못된 관행을 놓고 WTO의 분쟁 해결 장치에 의존한다”고 반응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패널 판결과 규칙에 기반한 다자 무역 체제를 완전히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어요.

 

WTO 판정, 효력은?

WTO 분쟁 해결 절차는 2심제로 구성되는데요. 1심에 해당하는 패널이 판결을 내려도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의무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는 정도예요. 또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는데요. 상소위원회가 미국의 보이콧으로 지난해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 최종 판단 절차가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이 서류상 승리하긴 했지만, 미국이 이미 상소 절차를 해제해 WTO를 절름발이로 만든 만큼 판결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거죠. 

 

WTO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를 대신하여 국제 무역 질서를 바로 세우고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로, 1995년 정식 출범했어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선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다자간 무역 협상과 국가 간 무역 분쟁 해결을 도왔는데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며 보호무역을 강화함에 따라 자유무역을 기치로 내건 WTO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