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도 표현의 자유일까

웹툰에 그려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또 문제가 됐습니다. ‘인생은 Vㅔ리’라는 유행어를 남긴 네이버 인기 웹툰 ‘헬퍼 2: 킬베로스’의 작가 삭(필명)이 14일 연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는데요. 헬퍼의 팬들이 웹툰의 여성 혐오 표현과 적나라한 폭력 묘사 등이 지나치다고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복학왕’을 그린 기안84 논란이 있는지 한 달 만에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한 건데요. ‘표현의 자유 아래 혐오 표현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는 입장과 ‘규제가 창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 키워드: 네이버 웹툰, 헬퍼, 표현의 자유, 기안84

넘었어요, 작가님

지난 11일 헬퍼의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어느 팬이 웹툰에 그려진 보기 불편한 장면들을 지적했습니다. 게시글엔 1)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및 여성 살해 2) 미성년자 성폭행 3) 성매매 및 성적 대상화 4) 심각한 여성 혐오적 대사, 장면 등을 문제 삼았어요. 이에 공감한 다른 팬들도 “웹툰이 선을 넘었다”며 비판했습니다. 이후 트위터에서는 ‘#웹툰내여성혐오를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일어났어요.

‘헬퍼 2: 킬베로스’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18세 이용가로 네이버 웹툰에 연재됐어요. 247화에서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알몸으로 결박되고 모발이 다 뜯긴 채 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한 장면이 문제가 된 건데요.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웹툰의 여성 혐오적인 표현과 부정적으로 표현된 아이유・송민호・방탄소년단의 RM을 연상케 한 캐릭터 등을 문제 삼은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권선징악을 바라며… Vㅔ리 유감

이에 작가 삭은 연재를 잠시 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즌 2는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생략)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 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특정 장면에 대해서도 캐릭터 개연성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평소 만화의 표현이 다른 콘텐츠에 비해 엄격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다”며 성 상품화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어요.

네이버도 문제야

팬들은 네이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성과 장애인 등 혐오 표현을 하며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던 기안84의 ‘복학왕’과 여성 캐릭터들의 성적인 면이 지나치게 부각된 설이・윤성원 작가의 ‘뷰티풀 군바리’ 사례가 있었음에도 가이드라인 등 규제가 바뀌지 않았다는 거예요. 네이버 웹툰 측은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 폭력성은 작가에게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검열로 느껴질 수 있어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웹툰 시장은 2013년만 해도 1500억 원 규모에 불과했는데요. 2020년 1조 원을 넘어서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웹툰이 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는 ‘One source multi use ’의 선구자인 만큼 표현에 있어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시대 변화 따라갔어” vs “위축되는 표현의 자유

  •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작가들이 더러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젠더 이슈 등과 관련해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 민감도가 높아졌는데도 여성 혐오 표현이 끊임없이 느는 문제가 있다고 본 거예요. 또 인기를 위해 무리하게 설정을 한다는 점도 지적했는데요. 영향력이 커진 만큼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하자는 입장입니다.
  • 웹툰 업계에선 문제 제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주장해요. 검열이 심해지면 작품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새롭고 참신한 표현들이 줄어들면 콘텐츠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전 세계 만화와 비교했을 때 한국 만화만의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어요. 작품을 작품으로만 보자는 거죠.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