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부자

“돈은 매력적이지만, 그 누구도 두 켤레의 신발을 동시에 신을 수는 없다.” 15일 면세점 사업으로 미국의 억만장자가 된 찰스 프란시스 척 피니가 40년간의 기부를 마쳤습니다. 그는 80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를 사회에 환원했는데요. 자기 재산의 99%를 여러 사람을 위해 쓴 겁니다. 세계 대부호하면 생각나는 인물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그를 존경하는 인물로 뽑았는데요. 부자들의 부자 척 피니,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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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기부하자

14일 피니는 자신이 설립한 ‘애틀랜틱 필랜스로피’ 자선 재단의 해체식을 가졌습니다. 재단의 해체 문서에 서명하면서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내가 살아서 이 일(기부)을 마칠 수 있게 돼 아주 좋다”라고 했어요. ‘줌’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참석하여 축하를 나눴습니다. 척 피니는 이로써 80억 달러 자신 재산의 99%를 기부했는데요. 이는 재산 대비 기부 비율 전 세계 순위 1위에 빛나는 기록이라고 해요. 그는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내기 위해 200만 달러(약 23억 원)만을 남겨뒀다고 하네요.

▷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약 300억 달러를 기부했는데요. 재산 대비 기부 비율로만 봤을 때 37%입니다.

면세점 부자 척 피니

피니는 전 세계에 매장을 둔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를 1960년에 창립했어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공군에 입대했고요. 그때 한국 625전쟁에 참전했죠. 그리고 제대 후  뉴욕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는데요.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면세점 사업 아이템을 얻었죠. 당시 프랑스 지중해 연안에는 미국 군함이 많이 정박했고 약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했는데요. 그들이 세금이 면제된 금액으로 술을 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와이에서 1964년 첫 공항 면세점을 오픈했고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그의 사업도 함께 번창했습니다.

돈만 아는 억만장자?

피니는 출장 갈 땐 일반석을 타고 서류는 비닐봉지에, 점심은 동네 식당에서 해결하는 등 검소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검소함을 넘어 구두쇠라고도 불렸는데요. 회사 직원들에게 이면지를 쓰게 했고요. 경제인 모임에서도 계산을 피하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편이었다고 해요. 어느 미국 경제 잡지에서 그를 “돈만 아는 억만장자 1위”라며 비아냥대기도 했죠.

세계를 흔든 기부 스캔들

구두쇠 피니의 따뜻한 비밀 행각(?)은 1997년 들통납니다. DFS 면세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렸는데요. ‘뉴욕 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 동안 2,900회에 걸쳐 40억(약 4조 4천억 원) 달러가 빠져나간 사실이 회계장부에 드러난 거죠.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몰래 숨겼다고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의심도 잠시, 알고 보니 지출 내역이 모두 ‘기부’였다고 해요. 그는 기부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면 지원을 끊을 것을 전제로 ‘극비 기부 작전’을 몰래 벌여왔던 겁니다. 사건을 계기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 됐고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도 존경하는 ‘부자들의 부자’가 된 거예요. 

주로 어디에 기부했어?

그의 자선 단체는 세계 곳곳 여러 분야에 기부했는데요. 그중 교육과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표으로 열악했던 베트남의 의료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사업에 기여했고요. 뉴욕에 방치됐던 루스벨트 섬을 지금의 과학기술 허브로 만드는데 수억 달러를 기부했어요. 또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사형제 폐지, 오바마 시절 보험 개혁을 도왔다고 합니다.

미국의 기부 챌린지?

그에게 영감을 받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계획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0년 더 기빙 플래지(The Giving Pledge) 기부 클럽을 설립했어요. 살면서 혹은 죽고 나서 재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마이클 블룸버그 등 23개국 204명의 대부호가 가입했고요. 지금까지 무려 542조 원 이상 모였어요.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