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고 싶지 않아요

추석을 앞두고 택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3일간의 투표를 거친 끝에 17일 택배 노동자 4천여 명이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 작업을 거부하기로 선언했어요. 사실상 파업 결정을 한 거예요. 택배 기사님들의 업무는 물건 배송이 다가 아닌데요. 배송할 물건을 직접 분류까지 하기도 합니다. 운송하기도 힘든데 두 가지 일을 모두 하자니 여간 힘든게 아니라는 겁니다. 노동자 측은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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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10%가 파업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택배 기사 4300여 명을 상대로 투표를 했는데 95%가 분류 작업 중단에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어요. 전국의 택배기사는 4-5만명 정도로 추산돼요. 10% 정도가 단체 행동에 들어가는 겁니다.  대책위는 택배 회사 측에 근로환경 개선을 계속해서 요구했는데도 사측이 이를 외면했다고 주장했어요. “분류작업 거부로 추석 택배 배송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을 부탁했어요.

 

왜 분류 작업을 콕 집어 거부?

특수고용직에 속한 택배 기사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물류 센터 내 작업에 대한 인건비를 별도로 받지 않아 왔죠.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배송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분류작업 때문”이라며 “분류작업 인력을 따로 투입해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어요.

 

이 시국에 주 71시간?

택배 기사 8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그들의 주간 평균 노동 시간은 71.3시간에 달해요. 법정 근로시간인 52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과로로 인해 병이 생겼을 때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기준인 60시간도 넘겼어요. 응답자의 4분의 1은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있죠. 특히 코로나 사태로 배달이 크게 늘어 택배기사들의 일은 한층 많아졌는데요. 올해 들어서만 7명의 택배 기사가 과로로 숨졌습니다.

 

택배사 인력 충원했다

택배 회사들은 “그동안 택배 기사나 터미널(분류) 인력을 계속해 충원해왔고 이번 추석 특수 기간은 전년 대비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반박했어요. 또 자동화기기를 통해 분류된 물품을 택배기사들이 나르는 것이라며, 작업 전체를 택배 기사가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어요.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만큼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추석 선물세트 제때 안 오나

시민들은 택배 기사들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추석 배송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파업 의사를 밝힌 기사들이 전국 택배 기사들의 10% 남짓이라 물류 대란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30% 이상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몇몇 분들은 불편을 겪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