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가 달라졌어요

태국에서 지난 19일과 20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진보 정당을 해산시킨 현 정부에 항의한 것인데요. 그런데 이번 시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태국의 왕실을 개혁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태국은 왕실을 모독하면 최대 15년 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엄격합니다. 시민들도 그동안 왕정에 대한 반대를 금기시하고 있었는데 변화의 조짐을 보인 거예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면 불길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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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대규모 시위

지난 7월부터 태국에서는 학생단체와 반정부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에는 10만 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14년 태국의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입니다. 시위대는 태국의 입헌군주제와 정치제도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나라는 국민의 것임을 국민은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며 소리 높였습니다. 이들은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했던 민중 저항 메시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했습니다.

* 육군 총사령관이던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2014년 일으킨 쿠데타입니다. 당시 태국의 총리는 잉락 친나왓 총리였습니다. 그는 직권남용 등으로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는데요. 쁘라윳이 군과 경찰로 이뤄진 국가평화유지위원회를 결성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태국은 군이 내각을 장악하게 됩니다.

국민은 왕의 발아래 먼지가 아니다

왕실 국가인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을 입에 올려선 안 됐습니다. 태국 헌법에 ‘군주는 존경받아야 하고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죠. 왕실을 모독할 경우 외국인이라도 징역에 처합니다. 그러나 방콕의 사남 루엉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군주제를 찬양하는 명판을 떼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명판으로 갈아 끼웠습니다. 명판엔 “국가는 왕이 아닌 국민에 속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왕실과 정부에 직접적으로 도전한 거예요. 자칫하다간 경찰이 폭력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시위 열기가 고조된 겁니다.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했어?

  1. 퓨처포워드당 강제 해산: 태국 정부는 지난 2월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진보 정당 퓨처포워드당을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이 정당은 군부독재에 반대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웠는데요. 특히 태국 역사상 최악의 군인 총기 난사 사건과 정부의 미흡한 코로나 대응,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 쁘라윳 정권의 지나친 중국 의존 등을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2. 장기 집권 각 세우는 군부정권: 2014년 정권을 잡은 쁘라윳 정권은 2017년 헌법을 개정합니다. 그중에는 정부가 상원 의원 250명을 지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상원 의원에게 국민이 뽑은 하원 의원과 똑같이 투표권도 줬습니다. 즉,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뽑아놓고 투표를 하게 해 현 군부가 장기집권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겁니다. 시민들은 이와 같은 내용 등을 바꿔달라 외치고 있어요.
  3. 참을 수 없는 왕실의 사치: 시위대는 언론 탄압까지 이어지는 왕실모독죄를 없애달라 주장했고요. 왕실의 예산 편성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태국은 올해 코로나 여파로 GDP가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반대로 왕실의 예산은 작년 보다 16% 오른 약 3천3백억 원이 집행됐습니다. 태국의 국왕은 유명한 항공기 애호가인데요. 유지보수비만 1년에 750억 원 정도가 쓰인다고 하네요. 이러한 사치를 눈뜨고 못봐주겠다는 겁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