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thin)피자? 씬국회!

이탈리아 국회가 한층 슬림해질 듯합니다. 이틀간의 국민투표를 거쳐 22일(현지시간) 국회의원 수를 3분의 1 이상 줄이는 개헌안이 통과됐어요. 현행 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2023년부터 의원 수가 945명에서 600명으로 조정됩니다. 사실 이탈리아는 과거에도 몇 번이나 의원 수를 줄이려고 했었는데요. 의원들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어요. 올해 감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을 지키지 못한 국회는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 키워드: 이탈리아, 의회 개혁, 국민투표

 

국민 10명 중 7명 줄여라

지난 20일과 21일 이탈리아에서는 의원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가 열렸습니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넘는 53%가 투표에 참여했고요. 투표자의 69.64%가 찬성했어요. 국민의 컨펌을 받은 겁니다. 이번 개헌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정당 ‘오성운동’이 2018년 총선 때 내세웠던 공약인데요. 작년에 상원과 하원의 심사를 모두 거쳤고요. 헌법재판소의 검토도 통과해 최종 단계인 국민투표까지 시행된 거예요.

* 이탈리아는 다당제 국가인데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당들의 세력이 아주 촘촘하게 분배돼 있어요. 선거 때 한 정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당들이 연합해 연립정부의 형태로 선거에 참여하는 거예요.

 

어떻게 바뀌는데?

현재 이탈리아의 의원 수는 상원 315명, 하원 630명인데요.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에는 상원 200명, 하원 400명으로 조정됩니다. 의석이 줄어든 만큼 선거구 조정 등 선거제도에 대한 개편에도 들어갈 거예요. AP통신은 5년 기준인 의회 회기마다 적어도 5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7000억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보도했어요.

 

이런 개혁, 가능?

  • 사실 이탈리아 의원 수는 국민 십만 명당 1.56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도 했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7명을 웃돌고요. 우리나라에는 무려 세 배에 달해요.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일곱 차례나 의석을 줄여보자는 개헌이 발의되어 왔는데요. 2016년에는 상원의원 수 감축에 대한 안건이 국민투표 단계까지 갔지만, 투표자의 59% 정도가 반대해 무산됐어요.   
  • 올해는 조금 특별합니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21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약 30만 명에 달했고 3만 5000여 명이 사망했어요. 관광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이 많았던 만큼 경제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의원 수를 꼭 줄이자”라는 여론이 들끓은 거죠.   

 

한계도 있다

현지 사람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 개혁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와요. 양원제를 손보지 못했다는 점도 큰 한계로 꼽힙니다. 이탈리아는 양원제 국가이기 때문에 하나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상원과 하원의 심사를 모두 거쳐야 하는데요. 단원제에 비해 절차가 길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왔거든요. 이번 개헌은 양원을 거의 같은 비율로 줄였으니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양원제라는 골격은 그대로 두고 몸집만 줄인 것은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나라도 다이어트?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 국가들도 슬림한 국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원의원을 348명에서 261명으로, 하원의원은 현행 577명에서 433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요. 독일도 하원 의원 수를 점점 줄이는 식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래요.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