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무기, 기업의 걸림돌

소비자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기업들에는 또 한 개의 걸림돌이 생길 듯합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요. 법무부는 오는 28일 해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법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약으로 내걸었던 건데요. 파격적인 정책인 만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요.

*입법 예고: 국민의 권리 혹은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을 만들거나 없앨 때, 정비할 때 법안의 취지와 내용 등을 미리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예고 기간 동안 국민들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요. 국가기관이 국민들의 의견들을 검토하고 반영해 최종적인 법안을 결정해요.

✔️ 키워드: 소비자 보호, 경제민주화, 기업 규제

 

한 명만 이겨도 모두 구제  

집단소송제는 백 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중 일부 피해자만 소송에서 이겨도 백 명이 모두 구제받을 수 있게끔 한 제도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주가 조작 등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는 법이 작게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 법을 없애고요.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도록 ‘집단소송법’이라는 큰 법을 만들 계획이에요. 다만 최소 50명의 피해자가 모여야 소송을 걸 수 있게 했어요. 또 원한다면 소송의 1심 재판에서는 국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요.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소송 전에 법원이 증거 조사에 들어가는 방안도 마련할 거래요.

 

배상금 폭탄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개별 법률로만 규정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넣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두루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로 불법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해를 입혔을 때 실제 손해 정도보다 몇 배나 많은 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겁니다. 처벌적 의미가 강하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일이 생기면 적용이 되는 거고요.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냈을 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요. 법안에 따르면 가해자는 손해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금을 내게 될 거래요. 다만 법이 개정돼도 이전에 생긴 문제에는 적용할 수 없다네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으로 산모나 아기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린 사건입니다. 2011년부터 살균제 위해성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문제와 피해가 분명한데도 수사가 지지부진했어요. 기업은 적절한 처벌도 받지도, 피해자를 제대로 위로하지도 않았습니다. 2016년이 되어서야 전담수사팀이 생겼고요. 기업에도 책임을 물 수 있었어요. 해당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업들 나 죽네

‘공정경제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지 한 달도 안 됐는데요. 이번 계획까지 발표되자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요. “소송만 하다 날 새겠다”라면서요.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로 어려운 기업들에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라며 우려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소송을 악용하는 경우도 늘 거라고 걱정합니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성격상 소송 금액이 커질 수 있는데요. 브로커나 변호사들이 큰돈을 챙기려 소송을 부러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관련 법안이 폐기됐어요.

 

이중처벌의 문제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법인데도 형벌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과징금 부과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과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이중처벌이나 과잉처벌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거예요. 징벌적 손배 대상에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도 포함하는 것을 콕 집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 변호사는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권력이 원하는 정보, 가짜를 판명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이들이 원하는 정보만 유통될 우려가 크다”라며 “반민주적 디지털 나치법”이라고 비난했어요.

 

소비자들은 “환영”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상법에 넣는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지는 가장 의미있고 중요한 입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요.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집단소송문제에 대해 국민의 권리가 향상되는 일이라며 환영했어요. 피해자 개인이 구제를 받기는 굉장히 어렵다면서요. 미디어오늘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짜뉴스를 낸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도입해야 한다’라고 답했어요.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