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총격’ 남과 북 진실게임

“각각 파악한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남한과 북한이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받은 공무원의 진상을 함께 규명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보낸 뒤의 일인데요. 이에 북한은 조사엔 응하겠지만 우리 군이 북한의 바다까지 와서 조사하는 것은 엄격히 경계하겠다며 선을 그었어요. 지금 밝혀내야 할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 키워드: 북한, 공무원 피격, 문재인 대통령, 남북 공동 조사

같이 조사하자

청와대는 “북쪽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이 우리 민간인에게 총을 쏴 죽였던 사건 직후 강력히 규탄하겠다고 나섰는데요. 25일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보내자, 북한에 책임을 묻기보다 사건을 함께 조사하고 수습하는 ‘협력’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번 공동조사의 요청에는 1) 남과 북 각각 해역에서 수색, 2) 군 통신선 복원・재가동을 조건으로 내걸었어요.

북 “선은 넘지 마”

북한은 26일 “시신을 습득하는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 간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안전대책들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서남해안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 걸쳐 수색도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나 우리 군이 조사를 위해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에는 경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경고했어요.

북한이 협조할까?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아요. 전문가들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했다는 건 사건을 종결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 북한이 자신들의 바다에 넘어오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도 조사 결과를 온전히 공유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죠. 북한에서도 시신을 찾고 있다는 것과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안전대책을 보강하겠다고 밝힌 점도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서로 말이 다르다고?

김 위원장이 보낸 통지문에 들어 있는 북한 측 주장과 우리 군이 그동안 밝혔던 사건의 내용이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 불태운 시신
    한국: 우리 민간인을 총으로 사살했다. 그리고 기름을 부어 시신을 40분간 불태운 걸 발견했다.
    북한: 사살은 했다. 그러나 시신을 불태우진 않았다. 사살 뒤 주검은 사라졌고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부유물만 소각했다.
  • 누가 명령했는가
    한국: 우리 군에 의하면 북한군이 아닌 수상 지도선이 22일 오후 3시 반쯤 A 씨를 발견했고요. 6시간 뒤 사살을 했습니다. 그동안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다는 거고 불태운 것 역시 북한 해군 지휘계통 명령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북한: 사격 지시가 당시 배에 승선해 있던 (단속정) 정장의 결심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단속 명령에 말을 아낀 A 씨가 도망가려 하자 규정에 따라 총을 쏜 거라고 해요.
  • 월북 이야기가 있었는가
    한국: 북한군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A 씨에게 표류 경위와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합니다.
    북한: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월북 의사를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은 의문은 어쩔 건데”

국회는 28일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어요. 그러나 27일 국민의 힘은 채택에 앞서 의문에 대한 질의응답을 먼저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결의안을 먼저 채택하고 현안 질의는 나중에 하자고 답했습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북 규탄 결의안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가 사과문이 오고 나니 태도를 바꾼 것 아닌가, 그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비판했어요.

의문이 뭔데?

  • 연락 가능했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서로 친서를 지난 8일과 12일 주고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북한군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 유엔군 사령부를 거쳐 소식을 전달했는데요. 두 사람 간 연락 채널이 있었는데 왜 이번 사건에서 연락을 하지 않았냐는 의문입니다.
  • 지켜보기만 6시간?
    군은 22일 오후 3시 반 A 씨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된 것을 파악했는데요. 이후 총격은 6시간 뒤인 9시 40분쯤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 6시간 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에요. 우리 군은 내용을 분석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어요.
  • “월북 아니에요”
    우리 군은 슬리퍼를 벗은 점,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탔다는 점을 보고 월북을 판단했는데요. 유가족은 그럴 리 없다고 주장합니다. 배에서 일하는 사람이 구명조끼를 입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하고요. 근무를 하면서 신발을 신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월북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