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없다” 검찰은 5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전 씨는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조비오 신부는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로 민간인을 사격했다고 주장했어요. 법원의 선고 재판은 다음 달 30일에 열리는데요. 전 씨 측 변호인은 “(검찰 주장이)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습니다.

✔️키워드: 5·18 광주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전두환, 명예훼손

정의 바로 세우길

검찰은 “피고인을 디딤돌로 우리 사회는 부정의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에서도 올바른 판단이 있길 기대한다고 했고요. 또 검찰은 일제가 성 노예 피해자 연행 사실을 부인한 것과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사건 등을 인용하면서 “역사적 책임을 부인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전체인 양 호도하거나 거짓말로 단정하는 공통점을 봤다”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 근거가 뭐야?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은 시작됐지만, 쟁점은 계엄군이 헬기에서 민간인을 총으로 쐈는가 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목격자들의 진술과 특별 조사 위원회의 조사, 광주 충장로 전일빌딩의 총알 흔적 등을 비교했고요. 헬기 사격이 존재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목격자들은 총기 사격 시간과 장소 등을 증언하면서 각각 말들이 다른 점들이 많았는데요. 검찰은 헬기의 종류나 당시 상황 묘사 등은 같다면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들의 진술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적 없던 ‘광주 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이나 ‘헬기 작전 명령서’ 등 군 문서 내용과도 일치했다고 합니다.

▷ ‘헬기 작전 명령서’에는 헬기 사격으로 시위를 저지하라는 내용이 존재했고요. 소준열 전 사령관이 발간한 ‘광주 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는 당시 항공 작전 내용과 지상군의 헬기 사격 요청, 탄약 소모율 기록 등이 담겨있었습니다. 거기에 광주 충장로의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245발의 탄흔을 근거로 헬기 사격이 존재했다고 바라본 거예요.

전두환 측은 뭐래?

전두환의 변호인 측은 구형이 끝난 뒤 최후변론에서 “5·18 당시 광주 상공에서 단 한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 없다.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헬기 사격설은 비이성적 사회가 만들어낸 완전한 허구”라고도 말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특히 증인으로 나온 목격자들의 진술이 모두 달라서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5 만에 인정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과거를 청산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에 따라 12·12 군사 반란과 5·18민주화운동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했고요. 검찰은 전 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죄 등 혐의로 기소했죠. 그러나 전 씨는 시위대로부터 군부대원을 지키기 위해 자위권을 행사했지만,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사격 사실을 부인했고요. 검찰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헬기 사격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죠. 그러나 검찰이 25년 만에 당시 판결을 뒤집으면서 헬기 사격과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더 할 징검다리가 놓인 겁니다.

재판엔 나올까?

지금까지 전두환은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어요. 작년 3월과 올해 4월 출석한 재판에서는 꾸벅꾸벅 졸기도 했고요. 게다가 작년 11월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친 사실이 발각돼 전 국민이 분노했죠. 유죄 선고를 위한 재판은 다음 달 30일 진행될 예정인데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전두환은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만 해요. 사자명예훼손죄는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최고형을 선고하지 못한 검찰에 아쉬움을 남겼죠. 그럼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