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북한 엘리트는 한국에

북한의 조성길 전 이탈리아 대사대리가 한국에서 사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그가 자취를 감춘 건 2018년 11월인데요. 당시 북한의 엘리트 외교관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북한은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의 행방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모두가 유럽이나 미국에 있을 거라고 점쳤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살고 있던 거예요. 정부가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한 그의 소식을 왜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알리는지 의문이 많은데요.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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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개월 만에 공개

정부 관계자는 6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들어왔다. 본인이 요청해 우리가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제서야 입국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강력하게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고 딸은 작년 2월부터 북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97년 장승길 주이집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20여 년 만에 대사급 간부가 탈북한 겁니다.

예상치 못한 한국행?

조 전 대리대사는 2018년 11월 로마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망명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위기였어요. 조 전 대리기사가 한국행을 원해도 한국에서 이를 거절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 각별히 신경 써 왔잖아요? 조 전 대사대리를 한국이 받아준 사실이 북한에 알려지면 북한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도 악화될 거라고 본 거예요.

다른 나라는? 미국은 그를 받아들일 경우 작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에 영향이 미칠 것을 의식해서 거절한 것으로 보이고요. 유럽은 이미 많은 북한 대사관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그의 행적이 금방 발각될 거라 한국행을 선택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

북한 출신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이 그와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 의원은 7일 북한에서 외무성 부국장으로 일했을 때 조 전 대리대사와 함께 이탈리아 담당 부원으로 일했다고 밝혔어요. 20년지기 친구라고도 했죠. 앞서 태 의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도 공개했는데요. “친구야 한국은 나나 자네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행을 추천했습니다. 

왜 탈북한 거야?

조 전 대리대사는 2018년 11월 말 이탈리아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김정은과 북한 고위 간부들의 사치품을 북한으로 보내는 일을 해왔어요. 그러나 미국의 북한을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세계적으로 대북 제재도 강화됐는데요. 이로 인해 물품 조달이 힘들어지자 이에 따른 처벌이 두려워서 탈북을 결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어요.

북한의 금수저라던데

조 전 대사대리의 아버지와 장인어른은 모두 북한 외교관 출신이었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죠. 그는 1999년부터 외무성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3등 서기관으로 이탈리아로 파견됐어요. 2017년 9월 북한은 핵실험을 했는데요. 이탈리아가 당시 이탈리아 대사였던 문정남을 추방했고, 1등 서기관으로 승진했던 조 전 대사대리가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잠적을 한 거죠.

북한 정말 화났겠는데?

조 전 대리대사가 사라졌을 때도 북한은 사람을 이탈리아에 보내 그를 찾으려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외교관들을 자국으로 불러 사상 교육도 했죠. 태영호 의원이 2016년 한국에 왔을 때도 북한은 그를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넘긴 ‘도주자’라고 공개 비난했어요. 공무원 사건으로 예민해진 상황에 탈북한 자신들의 엘리트를 한국에서 받아줬다니,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겁니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