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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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속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링크드인 등 인터넷상 대부분의 서비스로부터. 그들은 콘텐츠를 불러올 때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른바 로딩 시간)을 당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리고 당신은 빠른 서비스에 감탄하며 계속해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로딩 중…” 은 컴퓨터가 발명된 날부터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존재였다. 우리는 여전히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나 사용할 때 매번 기다림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x’ 버튼을 찾는다. 더 이상 기다림을 견딜 만큼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수많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논문에서 다루어졌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인간이 기다리며 견딜 수 있는 한계 시간, 즉 ‘로딩 골든타임’이 어느 정도 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1968년부터 이것과 연관된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는 [1초] 가 무난히 견딜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10초] 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이미 주의가 산만해지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한다.

인터넷을 접속하고 참고 기다려야 하는 로딩 화면은 지금까지도 모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가장 큰 숙제다.  ‘로딩 골든타임’을 넘기면 그 어떤 훌륭한 콘텐츠도 유저에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 그는 이미 흥미를 잃고 다른 화면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는 유저를 현혹해서 스크린 앞에 잡아두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다음 화면을 보자.

 

퍼센티지 로딩 스크린

 

어떤 느낌이 드는가? 영원히 99%에서 멈춰있는 로딩 화면은 마치 마지막 티끌이 부족해서 꽃피우기 힘든 우리 인생 같다. 그러면서 아주 조금만 기다리면 로딩이 완성될 것처럼 인식한다. 사실 1%에서 100% 사이의 모든 숫자는 설치 속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재는 속도와 관련 짓는 로딩 스크린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그림 상으로는 이미 99%까지 도달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설치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 99%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페이크 진도’조차 없다면 유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감도 잡을 수 없게 되며 멈춰있는 스크린에 긴 좌절감과 함께 무엇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 뒤로 인간의 컴퓨터 사용 경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로딩 중’이라는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요즘도 널리 사용되는 ‘로딩 스피너’, 나 ‘로딩 바’가 가장 대표적이다.

적당한 속도의 반복적/발전적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유저로 하여금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빠져들게 해 창을 끄지 않도록 만든다. 이후 더 나아가 최근에는 더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는 경험’을 디자인하기에 이른다.

 

다이나믹 로딩 디자인.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스켈레톤 스크린의 원리는 콘텐츠를 불러오기 전에 미리 그 구조를 보여주며, 유저는 로딩되고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계속 스크롤 하거나 클릭할 수 있다. 어떠한 로딩 스크린도 그 경험의 연장선을 가로막지 않는다.

 

 

스켈레톤 스크린 – 유튜브
프로그레시브 로딩 – 구글

 

이렇게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우리는 사실 기다리고 있지만 기다리지 않는 로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현재 페이스북, 링크드인, 미디엄, 인스타그램 등 실리콘 밸리의 내로라 하는  IT 기업들의 하나의 필수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구글은 심지어 불러오는 내용의 일부를 점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더욱더 연속적인 경험을 가능케 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는 일단 스켈레톤 스크린을 먼저 보여주며, 저화질 (혹은 단색) 버전을 보여준 후, 고화질 버전이 서서히 나온다.

유저는 그 작업이 언제 끝나게 될지를 가늠할 수 없지만 무엇이 얼만큼 진전되었는지, 얼마큼 남았는지를 무의식적으로만 알게 되어 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로딩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유저가 기다리다 떠나지 않도록 머리를 싸매며 새로운 방식을 고안한다. 비록 그것이 조금 얄팍한 눈속임일지라도, 유저에게 더 큰 만족과 쾌락을 줄 수 있다면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공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