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취업’이 쉽냐고 물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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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얘기지만 비자부터 갖춰야 

추방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거주 허가증을 다시 신청한 것이었다. 내가 신청한 비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비교적 적은 돈(약 250 만원 정도를 Saving으로 넣어놨었다.)으로 1년간 거주하며 일도 할 수 있으니 나에겐 최적이었다.

스웨덴이랑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8개 나라밖에 없는데(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칠레, 홍콩, 뉴질랜드, 대한민국, 우루과이. 최근 일본과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했으니 이제  9개국이 될 예정), 그중에 한국이 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거기에다 스웨덴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비자를 받기도 쉬웠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나는 오랫동안 이민청과 문제가 있었기에 만일에 대비해서 거주 허가증에 대해서 계속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다. 예전에도 주변에 비유럽 출신 이민자 분들이 많이 있었고 대부분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비유럽인도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경우가 많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직장을 가진 외국인들, 특히 스웨덴 사람을 파트너로 두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직업이 없으면 거주할 수 없고 좋은 회사가 아니면 비자를 안 주니까… 저런 사람만 남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스웨덴에서 취업하기 쉽냐고 물어본다면 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되물어볼 것이다: ‘스웨덴 사람? EU 사람? 아니면 비유럽 출신 이민자? 누구…?’ 스웨덴 내 스웨덴인의 취업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2019년 7월 기준 스웨덴의 실업률은 7.1%(Eurostat, 2019)로 수치로 보면 매우 낮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실업률은 불과 3.8%(SCB, 2018)고 실업률은 낮아지는 추세이다.

사실 스웨덴 사람과 비 스웨덴 사람들의 고용 사정은 매우 다르다. 스웨덴 출생 거주자들의 고용률은 70.4%이고 증가하는 추세인데 반해 비 스웨덴 출생 거주자들의 고용률은 61.8%이다(SCB, 2018). 즉, 스웨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더 취업을 잘한다.

보통 스웨덴에서 취업하는 데에 걸리는 기간을 스웨덴 사람들은 대략 3개월에서 6개월로 잡는다. 직장을 구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스웨덴 기업, 특히 공기업의 경우 고용 프로세스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기도 하다.

비 스웨덴인일 경우 비자의 유무에 따라 경우가 많이 갈린다. 우선 비자가 필요 없는 유럽인들이나 동거인 비자 혹은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스웨덴인보다는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주변에 보면 어떻게든 구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인맥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니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돕곤 한다. 사실 비자만 있다면 어떻게든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비싼 나라이므로 파트타임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는 있다. 비자가 있는 경우 비 스웨덴인의 경우 3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언어 능력, 학력, 전공, 경력 등에 따라 다름). 물론 비유럽인에 대한 차별이 알게 모르게 있지만, 이 부분이 다른 차별이 심한 국가처럼 ‘직장을 아예 구하지 못해!’ 까진 아니므로 넘어간다.

문제는 비자가 필요한 경우다. 이럴 경우 취업 난이도가 크게 갈린다. 비자 유무가 출신 국가, 학력, 경력보다 훨씬 중요하다. 스웨덴의 경우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고 또한 비자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비자 취득 4가지 루트  

스웨덴에서 비자를 받고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루트는 딱 네 가지이다.

 

1) 스웨덴 교육 기관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이 취업하는 경우

스웨덴 대학 등 교육 기관에서 2학기 이상 공부를 한 학생은 6개월간 스웨덴 내에서 직업을 찾아볼 수 있도록 비자를 준다. 비자를 신청할 때 학생 비자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원해야 하고, 신청할 때 스웨덴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머물다가 스웨덴에서 취업이 되면 취업 비자를 얻는 거고, 아니면 나가야 하는 거다. 스웨덴에서는 취업비자가 없는 사람이 직업을 찾는 것이 어렵고, 또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루트를 타는 경우는 많이 못 봤다.

그래도 스웨덴 내에서 공급이 부족한 IT 계열 직군은 그나마 다른 직군에 비해 쉽게 일자리를 찾는 편이다. 나는 학생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하고 추방을 당했기에 이 루트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2) 학생 비자에서 동거인 비자인 삼보 비자(sambo)로 전환 후 취업하는 경우

삼보 비자는 스웨덴 사람의 동거인/파트너 혹은 스웨덴 사람과 혼인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비자로, 스웨덴 사람과 일정 기간 이상 관계를 맺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적어도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관계를 맺은 스웨덴 사람의 재정 상태를 보지 않았으나 지금은 법이 엄격해져서 스웨덴 파트너의 재정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본다. 주변 학생들을 보면 스웨덴에 와서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만나고 졸업 전 혹은 후에 삼보 비자를 신청했다.

학생이었던 친구가 스웨덴에 남아있다면 이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 남자 친구는 일을 하지 않는 학생이고 내년 여름에 졸업할 예정이라 이 경우도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거주 허가증은 심사 기간이 오래 걸려서 (12-16개월) 스웨덴 내에서 기다리지 않는 이상 선택하고 싶지 않은 옵션이었다.

*** sambo visa  
: sambo는 남자와 여자 혹은 남남 여여가(선진국이라 그런지 동성 동거도 법적으로 인정받습니다.)  동거하는 것으로 스웨덴에서는 결혼과 거의 마찬가집니다. sambo가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려면 같은 주소지, 같은 집에 살아야 하며 서로 관계(relationship)를 유지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이 sambo 비자를 얻으려면 가장 중요한 조건인 ‘스웨덴 시민권자(스웨덴 여권 소지자)’와 일정 시간 알고(relationship) 지내며 (최소 5개월 정도) 서로 같이 동거할 의향이 있으면 됩니다.

 

3)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서 동거 비자로 전환 후 취업을 하거나 동거 비자로 와서 취업하는 경우

통계를 따로 볼 수는 없지만 확신한다. 이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경우가 가장 많은 이유는 취업 비자를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웨덴 내 한국 관공서 관련 부서에 취업 관련 문의를 한 적이 있는데 (동거) 비자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고 확답을 들었다.

 

4) 스웨덴에 오기 전에 취업 비자를 받고 오는 경우

대체로 연구직이나 IT 등 스웨덴에서 수요가 많은 직군에서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쌓고 오는 경우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스웨덴 밖에서 취업 비자를 얻기는 힘들다.

 

나는 스웨덴의 이러한 분위기가 매우 맘에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당연히 이런 분위기 때문에 내가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불평을 하면 남자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스웨덴 회사 입장에서는 비자가 없는 비유럽인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지. 그 사람이 스웨덴 대학을 나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검증할 필요가 없겠지만 다른 부분은 불확실한 거잖아. 스웨덴어나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또 여기에 얼마나 살 건지.”

그리고 이 말은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을 정확히 대변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꼼꼼하게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들이다(질문도 엄청나게 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것을 매우 피하고 싶어 한다.

이 점은 내가 KOTRA에서 임시로 일을 했을 때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업무 중 하나는 스웨덴에 오는 한국 비즈니스 사절단을 위해서 스웨덴 기업을 물색하고 연락을 해서 미팅을 잡는 것이었는데 10명 중 9.5명은 거절을 했다.

스웨덴 기업 입장에선 경비도 들지 않고 캐주얼하게 미팅할 수 있는 기회인데도 거절하는 것을 경험하고 아주 의아했는데, 오랫동안 KOTRA에서 일하셨던 분이 스웨덴 기업들이 새로운 것, 불확실한 것은 피하려고 하므로 이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보수적인 면이 직원을 채용할 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비자가 없는, 거기다가 비유럽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스웨덴 회사 입장에서는 난처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직무 관련된 학력 경력이 가장 중요 

그렇다면 비자를 제외하고 스웨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학력 및 경력이 얼마나 해당하는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다. 한국의 경우 해당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공부를 한 사람이 취업이 되기도 하는데 스웨덴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보통 공고에 직무와 관련된 전공을 한 사람을 뽑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직무와 관련 없는 전공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려면 특별한 이유, 그리고 경력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경우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경력자를 노골적으로 선호한다. 보통 신입이 지원하는 Entry Level도 2-3년의 경력을 요구하는 때도 정말 많다.

 

 

그리고 이 경력도 스웨덴이나 유럽 등에서 일한 것이 가장 좋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아 취업을 한 사람들도 주변에 있기는 한데 다들 엔지니어 거나 유명한 외국계 기업 혹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보통 한국 등 비유럽권에서 오시는 분들은 매우 경력이 많더라도 인턴으로 시작해서 취업하거나 Entry Level에 취업하는 등 제로베이스에서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력을 제외하고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사용 언어가 아닐까 싶다.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만, 영어 실력이 매우 유창하다. 그래서 여행을 오거나 유학 생활을 하면 영어만 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근데 취업할 때도 영어만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이건 좀 애매하다.

우선 많은 스웨덴 내 구직 공고는 스웨덴어로 쓰이고, 보통 스웨덴어로 쓰인 구직 공고엔 스웨덴어로 지원을 하기 때문에 스웨덴어를 못 하면 우선 50% 이상의 직업은 걸러진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스웨덴어가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데,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지 않다.

보통 스웨덴 회사에서 말하는 스웨덴어 구사자는 현지인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소린데, 외국인이 스웨덴어를 현지인처럼 하려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린다고 생각한다. 즉, 스웨덴어 구사자를 찾는다는 말은 스웨덴에서 5년 이상 산 사람을 뽑아요~라는 말이다.

솔직히 나는 스웨덴어 수준이 높은 편이고(순차 통역 가능) 빨리 배운 편인데도 2년이나 걸렸다. 그런데도 절대 현지인이라고 할 수 없다. 처음엔 스웨덴어로 된 직업도 지원했지만, 지금은 영어로 된 것만 지원한다. 어차피 지원해도 영어로 된 것만 뽑히고, 스웨덴어로 지원한 것은 들어가 보면 다 스웨덴 사람들이 뽑혀있어서 포기했다.

물론 내 전공 탓에 그런 것도 있다. 내 전공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보통 콘텐츠 담당 마케터, 퍼포먼스를 보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코디네이터 쪽으로 많이 가는데 퍼포먼스 마케터를 제외하고 모두 사용 언어를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즉, 스웨덴어를 자기 언어처럼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거기다가 콘텐츠 담당이라면 직업 특성상 사회/문화에도 빠삭해야 하는데, 스웨덴에서 고작 3년 산, 이제 좀 스웨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내가 스웨덴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스웨덴 트렌드가 한국에 엄청나게 알려진 것도 아니고!). 이런 이유로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하고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스웨덴에서 취업하는 데에 애를 많이 먹는다.

결국 “전공 탓이구려” 가 되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한 사람들은 위에 쓴 코디네이터나 행정 쪽으로 일을 시작하고, 일하면서 다른 기술을 배우고 트렌드를 익혀서 다시 커뮤니케이터 쪽으로 일을 트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아예 다국적 회사에 들어가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기도 한다.

이것도 어려우면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에 관련된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일을 시작해서 이직하기도 한다. 현재 나는 비자를 주고, 스웨덴에 있는 회사라면 어느 직종이라도 환영이라는 마인드라 어디든 지원하고 있지만 불과 6개월 전의 나는 ‘나는 스웨덴어로 일을 할 거고 괜찮은 곳에서 할 거야’라는 매우 세상 물정 모르는 마인드 셋으로 스웨덴 내 좋은 (공)기업에만 지원했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인턴을 했었던 스웨덴 대외 협력처에서의 경험으로 내 눈이 한껏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