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재는 이렇게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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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엔지니어링 계열 취준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공통으로 나오는 말들이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은 “이 회사가 과연 나에게 잘 맞을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좋게 흘러간 것 같은데 오퍼는 받기 힘들었다” 등.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모두에게 최고의 직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2.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잘 맞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성공이다.
  3. 미국 엔지니어 고용 프로세스는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결정되는 과정을 알기 어렵다.

     

    실리콘밸리 야경

     

    과연 지금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그들은 무슨 마음가짐을 하고 있으며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는 걸까? 내가 몸담고 있는 Triplebyte라는 회사는 엔지니어들의 tech screening을 자체적으로 선행해 회사들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데, 현재 Apple, Facebook, Adobe 등 IT 공룡들은 물론 Airbnb, Stripe, Robinhood 등 섹시한 스타트업들도 이용 중이다. Triplebyte을 거쳐 간 수천 명의 취업자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내가 갑이다’라는 마음가짐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받들어 모시는 존재다. 특히 Early stage나 mid-sized 스타트업들의 끊임없는 구애에 일일이 답변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굳이 여기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부족한 편이다. 그 결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열정을 피력하는 데 소극적이다.

    Triplebyte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지원자 중 50%는 non-technical reasons로 인터뷰에서 탈락한다. 이 non-technical reasons는 곧 회사의 비전과 본인의 열정의 합을 뜻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는 부분임에도, 사실 누구나 만나는 회사마다 이것이 내 dream job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음에도, 놀라우리만치 적은 수의 지원자만이 이같이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재밌게도 Triplebyte은 지원자가 플랫폼 내에서 프로세스를 시작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준다. 

     

    Interviewing is like dating. No one wants to be told on a first date that they are one option among many, even though this is usually the case. Similarly, most programmers just want a good job with a good paycheck. But stating this in an interview is a mistake. The best approach is to prepare notes before an interview about what you find exciting about the company, and bring this up with each interviewer when they ask if you have any questions.”

    “인터뷰는 데이트와 같습니다. 누구도 첫 데이트에서 자신이 여럿 중 한 옵션이라고 불리길 원치 않습니다(비록 그게 사실일지라도). 프로그래머들도 (여러 회사 중) 가장 나은 직장과 좋은 월급을 원하죠. 하지만 이를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뷰 전부터 회사에 대해 어떤 점이 흥미로운지 정리해놓고 면접관이 더 질문이 있는지 물어볼 때 이를 언급하는 것입니다.”

     

    신기하지 않은가? 한국인의 관점으로 봤을 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우리 회사는 예비 면접자들에게 꼭 해준다. 이곳에는 우직한(부정적일 정도로 솔직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주어지는 선택지가 베스킨라빈스마냥 다채롭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가장 관심 없는 회사부터 인터뷰

    직장을 구하는 지원자들은 평균적으로 20군데가량의 회사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그중 절반 정도의 회사에서 onsite interview(사내면접) 요청을 받는다. 이때 재미있게도 가장 가고 싶지 않은 회사부터 먼저 일정을 잡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 첫째는 흥미 있는 회사의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이고 둘째, 먼저 들어오는 오퍼를 이용해 더 가고 싶은 회사와의 연봉협상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이 되는데, 첫 회사 인터뷰보다 두세 번째 회사에서 오퍼가 더 많이 들어오며, 첫 오퍼보다 최종 승인되는 연봉은 당연히 높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지원자라면, 우리는 사이즈가 큰 기업에서 먼저 인터뷰를 할 것을 추천한다. 이도 비슷한 이유인데, 대기업 인터뷰는 난이도가 높으며, 제시하는 연봉도 스타트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필자가 디자인한 우리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봉 데이터 정보 페이지 https://triplebyte.com/software-engineer-salary/ 에서 사이즈가 큰 회사가 작은 회사보다 평균 연봉이 10%가량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원래 관심이 있었던 스타트업의 면접을 더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고 더 나아가 연봉 협상에 더 공격적으로 임할 수 있다. 타짜의 “쫄리면 뒤지시던가” 권법에 실제로 쫄리게 되는 스타트업들은 결국 연봉을 더 높게 부르거나, 그럴 수 없다면 스톡옵션이라도 늘려주거나, 그조차도 어렵다면 미래에 높은 자리와 영향력 있는 역할을 부여할 것을 약속하곤 한다.

    마지막 카드는 꽤나 엔지니어들에게 효과적으로 먹히는 편인데, 우리 회사가 자체 조사한 ‘프로그래머의 동기’ 포스팅(https://triplebyte.com/blog/want-hire-best-programmers-offer-growth) 에 따르면 Opportunity for professional growth이 단연코 1등이다.

     

    왜 회사는 면접을 하루종일 할까

    보통 리크루터 혹은 hiring manager(팀 매니저)와의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부정적인 사유가 없으면 사내 면접을 실시한다. 이러한면접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1. Co-founder를 포함한 매니저와의 가상 회의
    2. 팀 내 엔지니어들과 2대1 면접 (모든 엔지니어와 만나야 하므로 이 과정이 4-5번 반복된다)
    3. Non-engineering 계열 프로덕트 팀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이너,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과의 면접

     

    이렇게 진행하다 보면 4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만약 Apple 같은 대기업이라면 더 심각한데, 8시간 면접은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꼬박 하루를 잡아먹는 일정인 셈이다. 면접자도 혓바닥이 뻣뻣해지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고급 인력이 프로덕트 개발에 온건히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긴 프로세스 때문에 하루에 1-2명 정도밖에 면접을 볼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회사들은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거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엔지니어들의 선택지의 다양성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선택지란 위에서처럼 입사 기회가 아닌 입사 후의 커리어와 관련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는 입사와 퇴사가 매우 잦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어떤 회사에 오래 몸담는다고 높은 지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데다 회사를 옮길수록 더 큰 연봉이 쉽게 다가온다. 반대로 방어하는 회사 입장에선 매년 그들을 연봉협상마다 배부르게 해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한 사람을 오랫동안 팀에 공헌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지속적인 동기 부여다. 손발이 착착 맞는 팀워크, 일하며 성장하는 재미, 회사의 미션과 본인이 추구하는 철학의 일치, 자유로운 개발 환경 제공 등 비실력적인 측면에서 만족하게 해주어야만 한다.

    이렇게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와 개인의 궁합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입사자가 퇴사자보다 많도록 지속하는 것, 그것이 면접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좋은 인력의 입사를 위한 면접이 아니라 수많은 경쟁 회사들로의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면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회사가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지, 지원자는 회사의 팀 문화와 금방 어우러질 수 있는지 깊고 오랜 면접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